일본금융업계는 최근 심각한 버블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독점적이고 제한된 시장에서 금융산업은 막강한 힘을 과시했으나 시장이
개방되고 거품이 지나가면서 금융업은 금융대란이라고 할만큼 시련기를 맞고
있다.

무부도신화를 자랑할만큼 황금기를 구가하던 일본금융계가 어떻게 된
것일까.

과연 21세기에 은행은 어떻게 변화할까.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그대로 존속될까.

최근 일본에서는 경제불황과 시장개방등으로 인해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일본금융계를 조명한 책이 잇달아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산업에의 경고"(지미화인저 동양경제신보사간)를 비롯 "은행붕괴"
(후등신일저 동양경제신보사간) "스미토모은행장의 고백"(산하창칙저
출판사간)등이 최근 출간된 것.

"금융산업에의 경고"는 은행및 은행원들이 의식개혁을 통해 새로운 금융
혁신을 일으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금융산업 종사자들이 현재의 금융위기를 아직 위기라고 인식하지
않는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불량자산및 부도가 난 금융기관 처리문제등 당면한 금융문제의 근본원인은
일본의 금융산업이 산업으로서 필요한 활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활력재생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금융산업이 스스로 이노베이션(혁신)을 일으켜 국내외의 경쟁을 헤쳐
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부의 금융보호정책은 혁신을 저해, 금융산업을 쇠퇴시켜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은행붕괴"는 일본은행역사의 궤적을 통해 금융불황을 분석한 책.

저자는 은행붕괴현상이 결코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며 금융자유화 때문도
아니라고 얘기한다.

1890년대 금융업이 시작된 이후 경영자의 사욕과 난맥경영, 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존등의 문제가 계속돼 왔다는 것.

특히 최근 위기를 눈앞에 두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일본은행장의
리더십부재를 "하나의 비극"이라고까지 묘사하고 있다.

"스미토모은행장의 고백"은 일본에서 급료가 높은 직장으로 욕을 먹던 한
은행맨이 겪은 상황을 자서전형식으로 털어놓은 책.

버블경제에 춤춘 금융현장의 사정을 얘기하면서 저자는 현실과 제도속에서
고민하는 은행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은행을 키우느라 주식투기를 위한 융자를 고객에 알선, 출자법위반
으로 유죄선고를 받고 현재 공소중이다.

그는 버블시기의 은행현장에서는 부동산 중개, 골프회원권 판매등 할당량
달성을 위해 기존 은행법이외의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

따라서 은행을 위해 몸을 바쳤으나 돌아온 것은 결국 자신이 지은 죄라고
토로, 금융시스템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