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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을 읽고] 일과성 연말불우이웃돕기 탈피 .. 권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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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자 "독자광장"에 실린 부산시중구보수동에 사시는 배영호씨의
    글 "연말연시를 앞두고"를 읽고 그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52년생으로 8년전 사고로 목을 다쳐 전신마비 1급장애자로 주위에
    폐만 끼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년 내내 좌절을 되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특히 연말이 되면
    되돌아 볼것도, 앞을 내다볼것도 없이 또 한해가 가는구나 하는 쓸쓸한
    마음뿐입니다.

    이따끔 배영호씨와같은 분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삼고 그래도 우리사회는
    사랑이 이슬처럼 배어 있다는 생각에 혼자서 미소를 짓곤합니다.

    저의 생활이란 배영호씨가 지적했듯이 정부의 생계보조금 월5만5,000원과
    장애수당 3만원이 수입의 전부로 부족한 부분은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간병사에게 대.소변을 의지하는 형편이니, 이제는 저의 고통은 접어두고
    노모와 형제들의 정신적 부담을 차마 볼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저같은 중증 장애자를 받아주는 복지시설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기를 하지만 그때뿐이고 지나고나면 더욱
    썰렁한 구석만 남습니다.

    구속된 노태우씨가 통치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뇌물을 받아 그늘진 곳을
    돌보았다고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알수 없는 분노가 치솟습니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세계 12위 수출국이 되었다고도 하니 이제는 복지사회쪽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일시적인 연말불우이웃돕기를 벗어나 제도개선을 통한 근본대책이 있어야
    겠습니다.

    적어도 간병사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중증장애자의 경우 국가의 보호가
    절실합니다.

    장애자 본인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장애자를 둔 가정의 경제적 파괴가
    가정의 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건전한 국가는 건전한 가정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비록 내가 장애자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장애자를 둔 많은 가정이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손바닥만한 구석방에서 손가락에 펜을 붙들어 매고 쓰는 이글을 무심히
    넘기지 마시고 올 연말에는 깊이 생각하는 한해로 마감하시기를, 특히
    위정자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권순철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주공임대아파트104의618>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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