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언더그라운드"가 30일 개봉된다.

유고 출신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전쟁과 민족분규로
얼룩진 발칸반도의 50년 역사를 담고 있다.

2차대전중 지하로 숨어들었다가 종전사실을 모른채 오랫동안 갇혀살던
사람들의 얘기다.

41년 독일군의 유고 침공으로 폐허가 된 수도 베오그라드.

성미 급한 공산당원 블래키(라자르 리스토프스키)와 무기중개상인
마르코(미키 마노즐로빅)는 나치저항군의 가족을 지하실에 숨겨주고
그들로 하여금 무기를 생산하게 한다.

지하에는 마르코의 말더듬이동생인 동물원지기 이반과 침팬지도 끼여
있다.

로빈후드 흉내를 내며 무기를 팔아넘기던 블래키는 여배우 나탈리아
(미르자나 조코빅)를 납치해 강제로 결혼식을 올린다.

격분한 독일군장교 프란츠에 의해 체포된 그는 전기고문을 당하다가
마르코에게 구출돼 지하로 피신한다.

이 와중에 마르코는 나탈리아를 자기것으로 만든다.

그는 전쟁이 끝난 사실을 블래키와 지하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은
티토의 신임을 얻어 전쟁영웅으로 행세한다.

지하사람들은 차츰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자전거페달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학교와 성전까지 지으며 자신들이
전투에 참여할 날을 기다린다.

블래키의 아들 요반이 결혼하는 날 침팬지의 실수로 대포가 오발돼
지상으로 구멍이 뚫리자 블래키와 요반은 적을 무찌르자며 뛰어나간다.

위기의식을 느낀 마르코는 지하요새를 폭파하고 나탈리아와 함께
자취를 감춘다.

세월이 흐른뒤 정신병원에 수감중이던 이반은 형 마르코에게 속은 것을
알고 고향으로 향한다.

마르코는 내전군을 상대로 여전히 무기거래에 열심이고 블래키 또한
적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전투에 몰두한다.

마르코는 결국 분노한 이반에 의해 죽고 나탈리아도 처단된다.

긴 터널의 끝으로 푸른 다뉴브강이 펼쳐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감독은 어둠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생명력과 역사의 진실을 증언한다.

컬러화면의 지상세계와 빛바랜 색깔의 지하세계를 대비시킨 연출도
돋보인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