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 합의30부
(재판장 김영일부장판사)는 14일 뇌물공여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이 낸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이날로
정총회장을 석방했다.

이에 따라 정총회장은 구치소에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으면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피고인이 고령인데다 고혈압과 당뇨, 우측
반신불구증 상태 등을 보이고 있어 겨울철에 수감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태인 만큼 정피고인의 구속집행을 정지한다"며 "주거는 내년 2월14일
까지 서울대병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 101조는 "질병 등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 보호단체 등에게 부탁하거나 피고인의 주거를 제한하여
구속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노씨 비자금사건으로 기소된 대기업 총수 7명을
포함한 기업인 9명이 모두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지난 12일 정씨가 수감중인 서울구치소측에 정씨의
건강상태등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을 보내 구치소측으로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

정회장은 지난 91년 수서택지 분양사건과 관련, 노씨에게 1백50억원의
뇌물을 제공하고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인 93년 9월 노씨의 동서 금진호
의원으로부터 비자금 6백6억원을 실명전환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노씨의
6개가 차명계좌를 변칙 실명전환해준 뒤 이 돈을 사용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됐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