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은 지난달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면서 매출을 올해보다 불과
2.5% 많은 8조2천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매출신장율 8.1%와 비교하면 매우 보수적인 목표다.

인천제철 동국제강 삼미특수강등 다른 철강업체들도 내년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올해보다는 보수적으로 짠 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철강업체들이 그만큼 경기둔화를 예상하고있다는 얘기다.

경기둔화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테인레스의 경우엔 이미 하강국면으로
들어섰다.

포철조사에 따르면 지난2.4분기중 t당 3천달러에 육박했던 스테인레스
(냉연)강판 가격은 최근들어 2천5백-2천6백달러까지 떨어졌다.

스테인레스 열연도 2천2백달러선에서 2천달러안팎으로 내렸다.

가수요까지 겹쳐 품귀현상을 보이던 지난 상반기와는 천양지차다.

스테인레스에서 시작된 경기둔화 조짐은 이제 냉연쪽으로 서서히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국내가격이 t당 4백90달러선(포철의 내수가격)으로 대일수입가격
6백30달러(C&F기준)보다 훨씬 낮아 아직까지는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나
수요신장세는 둔화되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열연도 외국산이 밀려들어 공급이 늘고있다.

미국산은 t당 3백60달러에 들어오고있다.

포철이 이달초 핫코일의 로컬가격을 t당 3백75달러에서 3백50달러로
인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은 형강 철근등 조강류도 비슷하다.

특히 형강은 올해 올해85만t에 이어 내년에 65만t정도가 수입될 것으로
예상돼 인천제철 강원산업등 제조업체들은 수입품과의 가격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지난 93년과 같이 자금력이 약한 수입상은 존립을 위협받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철강경기의 둔화는 14일 발표된 철강협회의 "96년 철강수요전망"에도
잘 나타나있다.

철강협회는 이 자료에서 내년 조강수요를 4천7백70만t(수출분포함)으로
올해보다 5.2%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수요신장세가 올해의 7.7%보다 크게 둔화될 것이란 분석인데 특히
냉연강판은 절대수요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협회는 제조업의 설비투자 위축과 수요산업의 성장둔화를 그 이유로
제시했다.

철강경기는 그렇다고 지난 92년처럼 급전직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운포철판매담당전무는 "최근의 가격하락은 수입증가와 수요신장세
둔화 때문이지만 수요업체들이 구매를 늦추고있는데도 적지않은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수요어체들의 재고가 어느정도 정리돼 실제 구매에 나서게되는
내년초에는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란 설명이다.

수요도 신장세가 약화되는 것이지 수요자체가 주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업체들이 생산확대를 계획하고있고 건설도
SOC(사회간접자본)건설이 본격화되면 올해보다는 나아지지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선은 2년간의 일감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수입가격의 하락세 지속여부와 내수가 어느정도까지 버텨주느냐가
철강경기의 둔화속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철강의 가격공세가 한계에 온 만큼 내년 상반기엔 지금과 큰
차이가 없겠지만 수요지지기반의 약화가 우려되는 하반기엔 철강경기의
하강속도가 다소 빨라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이희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