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초비상이다.

주식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결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최소한 1000포인트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거의 대부분
은행들이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은행장들은 그래서 요즘 주가가 오르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린다.

물론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

때문에 감독당국에 유가증권평가손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는 것을 50%로
낮춰달라고 건의해 놓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퇴직금충당금등 다른 충담금도 적게 쌓게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은행들이 주식평가충당금 비율을 낮춰달라고 요청하는데도 이유는 있다.

우리 증권시장의 주가가 너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회복되면 금세 실적이 좋아지는 만큼 일시적인 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을 경영실적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경영실적이 나쁘면 해외에서의 신인도가 떨어져 은행들의 해외자금조달
코스트가 크게 올라가는등 국익에도 보탬이 되지않을 것이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독당국에선 일단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주식평가손을 크게 낸 것은 어쨋든 경영 잘못이므로 은행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평가충당금비율은 주식시장의 납회가
끝난 이달 말께 최종 확정될 것"이라면서도 "경영잘못은 경영실적에 전가
되야 한다는게 은감원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감사원의 정기감사에서 은감원이 올상반기 은행들의 주식평가손
충당금을 50%로 낮춰준게 지적사항이었다는 점도 은감원으로선 적지않은
부담이다.

물론 최종 방침은 재정경제원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되는등 감독원 윗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외적논리가 변수로 작용할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올해 경영실적이 은행장의 임기지속여부와도 직접
연결되는 만큼 충당금비율축소를 위해 발벗고 뛸 것으로 보여 최종 결론이
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은행들은 규정대로 결산을 실시하면 상당수 은행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은행들은 은행 내부적인 수지맞추기외에 은감원에 대한
''로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유가증권평가 충당금비율이 어떻게 설정
되느냐다.

현재 8대 시중은행들의 주식평가손은 1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평가손의 1백%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그렇게되면 조흥 상업 신한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따라서 평가충당금비율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50%로 낮춰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특히 주가가 바닥세를 보였던 몇년 전에도 평가충당금비율을 30%로 낮춰준
적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근거로 꼽고 있다.

은감원은 이에 대해 은행들이 방만하게 자금을 운용한 책임이 있는 반면
성급히 충당금비율을 낮춰주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12월 평균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으면 1백%의
충당금을 쌓게 하고 그 이하면 50%로 낮추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
졌다.

은행들은 이와함께 산업합리화 지정업체에 대한 여신을 부실여신에서 제외
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부실여신으로 분류되면 1백%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반면 ''요주의''
나 ''고정''으로 분류되면 대손충당금을 적게 적립해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흥 제일은행은 진흥기업과 삼익주택의 여신 2천6백36억원이 현재와
마찬가지로 회수의문으로 처리되면 흑자결산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이를
정상여신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올해 잇단 지방중소기업의 부도로 부실여신이 많이 발생한 지방은행들도
시중은행과는 별도로 지난달중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낮춰달라고 건의해
놓고 있다.

6개월이상 연체된 여신인 회수의문에 대해 현재 1백%를 쌓아야 하는 대손
충당금비율을 505로 낮춰달라는 것이다.

지방은행중 덕산그룹 충북투금 영진건설등의 부도로 부실여신이 늘어난
광주 충북 충청은행등이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현재 이들 은행의 회수의문여신은 은행당 1백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대손충당금비율이 인하되지 않으면 적자결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또 퇴직충당금을 적립하는 데도 융통성을 발휘해 줄것을 바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은행들이 ''경영부실''로 인한 책임을 ''규정완화''를 통해
면해보려 하고 있다며 규정대로 결산을 실시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