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예술적 전통을 토대로 특색있는 작품세계를 펼쳐온 이탈리아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에 대거 선보인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503-7125)은 오는 9일~96년1월23일 이탈리아 현대미술
을 이끌어온 대표작가 30명의 작품 88점을 전시하는 ''이탈리아현대비술전''을
개최한다.

''전통과 혁신''을 주제로한 이번 전시회는 지난 50여년간 이탈리아 현대미술
의 전개과정을 한눈에 살펴볼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

출품작가로는 마리노 마리니, 루치오 몬타나 등 널리 알려진 인물은 물론
80년대 신구상미술운동인 트랜스 아방가르드의 대표작가였던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엔조쿠키를 비롯 이탈리아 현대작가들이 모두 망라돼 있다.

이탈리아는 도시 전체가 유적이어서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뿌리깊은
미술적 전통을 갖고있는 나라.

이러한 전통은 이탈리아 현대미술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쳐 세계적 예술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주는 동시에 예술적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지만
현대작가들에게는 심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과거의 화려한 전통에 대해 이탈리아의 현대작가들은 크게 두가지로 대응
하면서 맥을 이어왔다.

즉 미래파처럼 전통의 부정과 파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했는가 하면
조르지오데 키리코처럼 고전적인 도상과 양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이같이 독특한 배경아래서 전개돼온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흐름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돼있다.

관심을 모으고있는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뒤 고전과 현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했던 마리노 마리니, 지아코모 만주의 역작들.

또 캔버스 표면을 뚫거나 찢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작업을 통해 회화공간
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던 루치오폰타나의 작품등도 선보인다.

60년대 들어서면서 ''가난한 미술''이라는 뜻을 갖고있는 아프테 포베라(흙
이나 나무조가가 철조각등의 소재를 사용한 입체적 작품경향을 말함)의
대표작가인 조반니 안셀모, 마리오 메르츠, 미켈란젤로 피르톨레토 등의
작품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이다.

이밖에 80년대 트랜스 아방가르드의 대표주자인 산드로 키아, 밈모
팔라디노, 엔조 쿠키 등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며 최근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