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이 엊그제밤 발부된 사전 구속영장에 의해 어제 오전
안양교도소에 전격 구속 수감되었다.

그는 전날 아침 연희동 집앞 노상에서 발표한 대국민 성명을 통해 현정부
의 도덕성과 정치이념을 공격하는등 김영삼 대통령에게 정면 도전하고
나서면서 12.12및 5.18과 관련한 검찰소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훌쩍 고향으로 떠나버렸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다른 혐의이긴 하지만 보름남짓 먼저 구속된 노태우씨와
얼마 안떨어진 곳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전씨의 구속은 노씨와는 그 의미부터가 판이하게 다르다.

노씨의 경우는 권력을 이용한 부정축재와 비리에 대한 단죄이다.

그러나 전씨의 구속은 굴절된 역사의 청산이 시작됐음을 국민과 전세계에
알리는 신호인 동시에 새로운 역사창조의 시작이다.

김대통령의 5.18 특별법제정 지시로부터 검찰의 전씨 소환결정, 영장청구,
구속집행에 이르기까지의 숨가쁜 상황전개는 79년10월26일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 이후의 이른바 신군부세력의 불법적 정권찬탈과정의 진실을 규명
하고 잘못 기술된 역사를 다시 쓰려는 문민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대변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이 땅에서 군사쿠데타와 반민주 독재정권의 출현이
영구히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속하고도 빈틈없는 수사를 통해 수괴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사실규명과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단죄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쌓이고 쌓여온 한의 풀이는 될지언정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새 역사창조로 연결될수 있는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

법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고 이 사회에 확고히 뿌리내리게 되었음을 입증
해야 한다.

법리와 수사및 재판절차등 모든 면에서 한올의 결함도 있어서는 안되며
훗날 또다른 역사청산의 표적이 되게 하는 일이 생겨서도 안된다.

우리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진다.

새로운 역사창조라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전씨의 단죄는 정치적으로 5공뿐아니라 6.29선언에 이어 노씨와 3당통합
등으로 상징되는 6공과의 단절 청산이란 의미도 동시에 내포한다.

어정쩡했던 문민정부의 위상이 5.6공과는 차별되는 7공으로 늦깎이
새출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것은 새로운 질서의 태동을 뜻한다.

내년봄 총선을 전후한 정국전개는 예단을 불허한다.

하지만 일찍이 보기드문 정계개편과 세대교체의 회오리가 일것만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상당한 혼란과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경제불안도 걱정된다.

또 안보에 추호의 틈새라도 있어서는 안되겠다.

이런 때일수록 군을 포함해서 모든 공직자들은 일상의 소임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한다.

두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도마위에 올린 비자금과 5.18의 처리
결과는 국가 이미지를 격상시킬수 있다.

군사 쿠데타와 부정부패를 용감하게 단죄한 국가와 국민으로 기억될수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