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략의 일환으로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투자지역에 뿌리를 내려 현지화에 성공하는 예는 그리 흔치 않다.

투자지역이나 대상업종을 잘못 선택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현지정부나
국민들에게 그나라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못해 물위에 뜨는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하는데도 적지않은 원인이 있다.

그런점에서 대표적 현지화 성공사례중 하나로 손꼽히는 선경인더스트리
인도네시아공장의 현지화 전략은 눈여겨 볼만한 점이 많다.

선경인더스트리가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SKKI)을 설립한 것은 지난 93년.

폴리에스터 원사생산을 글로벌화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긴 했으나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도레이등 일본업체들이 20여년이나 앞서 진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공장가동 초기에 원사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이중고를 겪어야했다.

선경인더스트리가 당시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현지언어
사용을 통한 타회사와의 차별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일본이나 미국
업체들은 자국어를 공장에서 사용하는 공식언어로 정해 놓고 있었다.

때문에 현지에서 채용한 종업원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마찰도 많았다.

SKKI는 그러나 현지인과 대화할 때는 물론 <>브리핑 <>관리문서<>규정
<>제도등 공장에서의 공식사용어를 인도네시아어로 규정했다.

뿐만아니라 고객과 상담할 때도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토록 했다.

종업원들에게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케 함으로써 내나라 기업이라는 애착심
과 친근감을 심어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 다음엔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관습을 철저히 조사해 이를 마케팅에
반영토록 하는 전략을 폈다.

현지인들이 외국에 대해 배타적인 점을 감안해 경쟁사보다 좋은 대우를
해주고 종업원들에게도 인간적으로 접근했다.

특히 노동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

에어컨이 설치된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공장구내에 현대식 식당을 짓는등
복지후생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공장내에 잔디구장도 갖추었다.

선경인더스트리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20년이상 앞서 진출한 일본계
기업들을 제치고 현지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것도 결국은 이같은 차별화
전략 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