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부터 2000년까지 연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신경제5개년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일본경제기획청은 이 계획을 내놓으면서 대대적인 산업구조조정계획과
세부적인 거시경제목표를 달성할 방법도 제시했다.

경제기획청은 93년 현재 56조엔정도인 정보기술분야 기업들의 매출을
2000년에는 87조엔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내년부터 2000년까지 관광레저산업에서 1백30만명분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까지 신경제5개년계획에 들어있다.

이 경제계획안 작성에 참가한 경제기획청의 한 관리는 "수천개의 방정식이
담긴 야심찬 경제개혁모델을 우리가 만들어 냈다"고 자평했다.

일본의 관료주도형경제는 한때 모범적인 경제성장모델로 평가받기도 했다.

지난 60년에 일본은 "두자리수 소득성장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70년대말까지 일본의 국민소득수준은 놀랍게도 정부의 계획대로 매년
두자리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런 고성장추세는 오일쇼크를 만난뒤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80년대 중반에는 엔화가치가 급격히 평가절상됐다.

90년대이후에는 성장이 거의 멈춘 상태에서 정부는 새로운 경기부양조치를
강구해야 되는 상황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92년에도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5%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제로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에 나온 신경제5개년계획안은 정부의 정책에 의한 인위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계획안은 우선 일본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고임금 등으로 인한 높은 생산비부담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우후죽순으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돌려 일본내에서는 산업공동화현상이 심화
되고 있다.

노동활동인구도 점차 노령화추세를 보여 고임금구조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경제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일본에게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시장개방폭을 더욱 넓히고 인류공동과제를 해결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강요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게
일본으로서는 경제성장을 위해 오히려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이번 5개년 경제계획안에서 이런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일부 수용
했다.

예를들면 일본의 항구를 정기항로로 결정할 경우 화물요금을 10% 인하해
준다든지 전화통신요금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그런
것들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공공요금인하와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의 고물가및
고생산비구조를 해결하자는 목적도 있다.

신경제5개년계획은 일본 국민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운용도 보다 건실해져야만 신경제계획이 달성될 수 있다.

불과 4년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재정은 국내총생산(GDP)대비 3.5%의 흑자를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에는 재정적자가 GDP대비 4.5%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9월 과감한 재정지출확대방안을 발표
했다.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난데 힘입어 경기도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경제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일본경제가 본격적인 활황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9월말 마감된 1,500개 주요비제조업체의 반기실적결산에서 전년동기대비
평균 15%의 순이익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이런 낙관적 전망에 더욱 무게를
실어준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대부분 매출증대가 아니라 비용삭감을 통해 이뤄졌다.

대기업들의 비용삭감 노력은 중소하청기업에 큰 고통을 안겨줬다.

최근 몇달간 도산하는 기업수가 매달 1,300개에 달하는게 이런 중소기업들
의 고통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5개월 연속 3.2%의 높은 실업률을 보여주는 것도 최근 일본경제회복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정리=박순빈기자>

"Central planning''s last gasp"
Dec.2,1995,cThe Economist,London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