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30일 발표한 "보험시장 자유화계획"은 96년 OECD(경제
협력개발기구)가입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계획으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국내보험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계약자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데는 당국이나 업계 모두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화는 곧 적자생존시대의 개막을 뜻한다는 점에서 대외경쟁력을
어느정도 갖춘 몇몇 대형사를 제외한 대다수 보험사들이 앞으로 이번 자유화
계획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가격및 비가격 경쟁력을 갖춘 생명보험분야는
가급적 개방폭을 넓히되 손해보험쪽은 단계적인 개방플랜을 마련, 국내시장
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원 김석원보험제담당관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6위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국내보험산업도 대외개방을 통해 하루빨리 국제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 이번 계획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보험사설립허가시 국내보험시장 상황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이른바
경제적 수요심사(ENT)를 97년부터 폐지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ENT조항은 불명확하고 투명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듯이 사실상
국내보험시장의 빗장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신규보험사가 진입하지 않은 손해보험업계가 특히 이조항 폐지에
관심을 모우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또 생보업계도 총33개 생보사가 영업중인 국내시장 상황을 감안해 볼때
외국사의 추가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일본생보사의 한반도진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ENT폐지가 보험사 설립을 제한없이 허가해 주는 것은
아니라며 객관적인 설립허가 거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두번째 우리나라에 설립되지 않은 외국보험사에 보험을 마음대로 가입할
수 있는 해외보험 가입(CROSS-BORDER)허용종목이 크게 확대되는 것.

생명보험은 전면 허용되고 손해보험의 크로스보더 대상에 해외여행보험
장기상해보험 선박보험등 3종목이 추가된다.

특히 손해보험분야에서 연1천4백38억원(94년기준)의 보험료가 들어오는
선박보험시장은 이번 조치로 외국사에 대거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관계자의 전망이다.

그밖에 해외여행 보험시장은 규모자체(94년기준 연간1백28억원)가 미미하고
장기 상해보험은 생명보험과 마찬가지로 국내금리가 선진국에 비해 높아
가격경쟁력 면에서 시장잠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7년 국내에 첫선을 보일 보험브로커제도는 국내 보험시장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그 충격이 클 것으로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브로커는 보험사와 계약자사이에서
보험료를 협의할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자입장에선 긍정적인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보험사로선 내년 4월 도입예정인 독립대리점 제도에 이은 브로커
제도 도입으로 일선영업조직이 대변혁기를 맞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브로커제도는 상품과 요율구조에 정통한 우량조직만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고능률 영업조직에 대한 관리가 보험사의 또다른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내년 4월 브로커제도를 도입할 예정인 일본의 경우 외국계 대형브로커의
시장공략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전문브로커를 양성한다는 방침
아래 협회를 중심으로 2년과정의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점은
국내보험업계에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는게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밖에 재보험 자유화도 당초 3단계 계획을 1년 앞당김에 따라 국내유일의
재보험전업사인 대한재보험의 타격이 클 뿐만 아니라 원수보험사들도 해외
재보험 직거래망 구축등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재경원의 이번 자유화계획는 생.손보사를 막론하고 보다 경쟁력이고
고객지향적인 경영태세를 갖추지 못하는 회사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시켜 준다.

<송재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