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정태수회장의 구속수감으로 비자금불씨가 재연되며 주식시장이
다시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30일 주식시장에서는 정회장의 구속으로 두서너명의대기업총수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위축, 종합주가지수가
17포인트이상 폭락했다.

특히 회장이 구속된 한보철강이 개장초부터 졸곧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정회장과 마찬가지로 노태우씨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준 대우의 김우중회장
에 대한 구속가능성이 점쳐지며 14개의 대우관련주중 대우통신 대우등 6개
종목이 하한가까지 밀리는등 투매현상이 빚어졌다.

이밖에 총수구속이 우려되는 그루관련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되살아난 비자금불씨가 안정세를 되찾아가고있는 주식시장을 강타
하면서 일부에서는 지난 21일의 직전저점(917.97)이 붕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날 내년 경제성장이 소비와 투자감소로 6%수준에 그치는등 경기
급강하를 예상한 민간 연구소의 연구결과가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욱 얼어붙는 양상이 뚜렷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포철등 핵심블루칩의 낙폭이 커지면서 지수가 곤두박질
치는 모습이었다.

증권전문가들은 악재로 충분히 반영된 비자금파문에 기관및 일반투자자들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자금파문이 일단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
이 여지없이 무산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오전장 한때 낙폭이 줄던 주가가 후장에 급락한 것도 비자금파문이 다시
안개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우려를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비자금악몽이 되살아난데다 최근 블루칩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면서기관투자가들은 마땅한 매수종목을 찾지못하는등 운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외국인들이 소폭의 매수우위로 돌아선 반면 국내기관투자가들이
뚜렷한 매도우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일동안 기관투자가들은 5백84억원의
주식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기위해선 재벌총수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처벌수위가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그래야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시장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주식을
매매할수 있다는 얘기이다.

최대문국민투자신탁주식운용부장은 비자금터널의 끝이 보이는 않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기관투자가들은 보수적으로 장세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날의 주가급락이 객관적인 증시여건의 변화에 따른 주가하락이라기
보다 심리적인 측면이 강한 만큼 후유증이 단기에 마무리될 수있다는 분석
도 없지 않다.

실세금리가 지난 93년5월이후 최저수준이고 신용물량도 감소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조정을 받다 힘찬 반등을 할 수있다는 것이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