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짜리 영화 1천편을 담을수 있는 광디스크"

이같은 꿈의 광디스크가 2000년대 초반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일본 통산성은 NEC 히타치등 일본의 주요전자업체 10여개사와 공동으로
내년부터 광디스크에 지금보다 1천배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광저장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물리학과 제원호교수팀이 이같은 차세대 광저장기술에
활용될수 있는 기반기술 연구를 일본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이 목표로 내세운 광저장기술은 1테라(1조)바이트/인치 수준으로
정보를 기록하는 것.정보저장능력이 1기가(10억)바이트/인치 급인
현기술의 1천배에 해당한다.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인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의 경우 CD크기
(직경12cm)의 광디스크 양면에 2시간정도 걸리는 영화 한편을 담을수 있다.

일본이 2000년대에 차세대 광저장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1천편의 영화를
한장의 디스크에서 취향대로 골라 즐길수 있는 꿈의 광디스크시대가 오게
되는 것이다.

제교수는 "일본이 현광저장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접장광학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광저장기술에 적용하는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광저장기술은 빛을 쏘아 광디스크표면을 요철모양으로 만들어 정보를
기록하는 한편 표면으로부터 반사된 빛을 분석해 저장된 정보를 읽는것.

지금의 광저장기술은 파장이 7백8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로 긴 적외선레이저를 쓰기 때문에 저장능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모든 빛은 회절한계가 있습니다. 빛은 자신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로는
대상물을 식각할수도, 구별할수도 없습니다"

결국 파장의 크기가 그 빛으로 저장할수 있는 정보의 양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단파장의 빛을 발생 시키는 연구가 활발하나 현기술로는
파장크기를 4백나노미터수준까지만 떨어뜨릴수 있다고 제교수는 말했다.

일본이 개발에 나서기로한 "근접장광학을 이용한 광저장기술"은
깔대기처럼끝부분(tip)이 뾰족한 특수광섬유를 만들어 광디스크와
수십 나노미터정도떨어진 위치에 장착, 이문제를 해결한다.

tip을 통과한 빛은 파장크기 만큼의 거리에 도달하기전까지는 tip
지름크기의 파장을 갖는 빛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파장을 실제로 줄이지는 않으면서도 줄인 것 같은 효과를 얻는것이다.

때문에 이기술의 실용화는 특수광섬유의 tip 지름크기를 수십나노미터까지
신뢰성있게 줄일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제교수는 "이기술을 활용할 경우 적외선레이저를 쓰더라도
30나노미터급까지 광디스크표면을 식각할수있다"며 "자외선레이저를
사용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수광섬유는 열이나 레이저를 쓰는 방법이 연구되고있으나 요즘은
산을 사용한 에칭법이 유망기술로 꼽힌다.

차세대 광저장기술은 특수광섬유와 함께 새로운 광자기물질을 요구한다.

tip을 통과한 빛은 양이 적기 때문에 약한 빛에도 쉽게 반응하는
특수물질을광디스크표면에 입혀야 한다.

일본의 차세대 광저장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동경공업대와 공동으로
지난2년전부터 특수광섬유를 연구해온 제교수는 특수광섬유가 장착된
광자주사터널링현미경을 자체 제작, 근접장광학현상에 대해서도 연구중이다.

제교수는 "근접장광학은 적용기술분야가 광저장뿐아니라 생물학 반도체
신소재등으로 다양해 파급효과가 크다"며 "우리나라 정부와 업계도
근접장광학을 이용한 광기술개발에 서둘러야 할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