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로마에 부임한 신두병 주이탈리아대사는 요즘 중소기업연구에
몰두해 있다.

관계서적을 독파하고 매일 이탈리아공단및 개별업체등을 방문,
이탈리아의 중소기업이 왜 강한지를 파악중이다.

신대사가 이처럼 이탈리아중소기업 리서치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에서 한국중소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중진공에 따르면 실제 올들어 세계에서 이탈리아기업이가장 많이 한국
중소기업과 합작 및 기술제휴 등을 위한 산업협력을 맺자고 오퍼를
보내오고 있는 실정.

이런 시점에서 신대사를 로마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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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소기업이 남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댁업이 강하죠. 그러나 이탈리아기업은 작을 수록
강합니다.

따라서 영세기업중에도 세계최고의 기업임을 자부하는 회사가 많죠"

-실제 그런 기업을 보셨습니까.

"나폴리근교에 있는 키톤이란 양복업체는 아직까지 미싱을 전혀
쓰지않고 오직 수공만으로 양복을 만듭니다.

양복한벌에 1천5백달러정도 하는데 전세계에서 주문이 밀리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주문하면 2개월만에 배달해주죠. 이 나라엔 사양산업이란 것이
없습니다.

넥타이 안경 가구 등이 여전히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품목입니다.

영국 런던 북쪽에 있는 양산화체제를 갖춘 가구공장들은 다 망했지만
밀라노의 가구회사는 번창일로 입니다.

클린턴을 비롯 옐친등 세계의 영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리넬라넥타이도
10평 남짓한 점포에 불과합니다.

알프레도 스파게티및 아이스크림 가죽제품 금세공등 많은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세계최고임을 자랑합니다"

-그럴만한 제도적 강점이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기업을 대기업과 중소기업만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중소기업가운데 장인기업(Artizen)이란 분류를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고부가가치제품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별지원책을
폅니다.

이를 적극 지원하다보니 같은 금세공도 이탈리아에서 만든 것은 5배나
비싸도 잘 팔립니다.

직업학교가 잘돼있어 숙련공이 만든 속내의는 겉옷보다 비싸죠"

-한국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분야는.

"이탈리아는 경공업이외에 부품산업분야도 잘돼있습니다.

따라서 협력관계를 맺을 분야는 매우 다양합니다.

실제 자동차부품을 비롯 생사를 염색하는 기술등은 큰돈 들이지 않고
금방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이탈리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 미국 독일로만 고개를 돌리느라
바쁘죠.

이탈리아기업과 손잡으면 적은 로열티로 고도의 기술을 가져갈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진흥공단등 관계기관에서 이탈리아중소기업의 유치에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합니다"

-문화적인 교류도 중요하겠죠.

"이탈리아는 예술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유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선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이곳에선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경제교류의 확대는 문화적인 교감이 선행되어야죠. 따라서 앞으로
이곳에 한국문화원을 만들어 세미나 전시회등을 열 수 있는기회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경제분야 교류확대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