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산업은행 설비자금대출금의 중도상환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산업은행은 시중자금사정이 풍부해짐에 따라 여러 기업들이 대출금을
기한전에 상환하겠다는 의사를 은행측에 전달해놓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9월
중 B공업과 H그룹계열의 H사가 각각 만기가 5년이상 남은 수십억원씩의 설비
자금대출을 중도에 상환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설비자금은 시중은행의 운영자금대출과는 달리 대출기간이 5년-8
년 정도로 장기인데다 대출규모가 크다는 장점이 있어 특혜성자금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기업이 중도상환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좋아 은행이 대출세일을 벌이던 지난
92년과 93년의 경우에도 이처럼 수십억원단위로 중도상환을 요청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중도상환을 요구하는 기업이 더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은행측은 신규설비투자를 하지않는 중견규모 이상인 기업들이 해외자금조달
회사채발행등을 통해 자금을 싼값에 조달한뒤 기존의 산업은행 대출금을 상
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다른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정부등으로부터 각종 저금리자금을
지원받고 있어 산업은행대출금리가 높다고 불평하면서 조기상환을 희망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대출금리는 올연초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많은 관계로 현재
연13.5% 수준으로 연12.1%선인 3년짜리 회사채유통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
다.

한편 산업은행은 2000년대 세계50대은행 진입을 위해 자산대형화를 추진하
고 있어 이같은 중도상환요청이 확산될 경우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