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팔순 생일을 맞는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대선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잔치상을 받을 예정이어서 눈길.

현대그룹에따르면 정명예회장은 25일 청운동자택에서 가족들만 모인
가운데 아침상을 받고 저녁엔 계동 지하식당이나 성북동 영빈관에서 친지와
그룹내 핵심 임원들만 참석하는 조촐한 생일행사를 가지기로 했다.

정명예회장은 지난91년 희수연(77세)을 친지와 정계및 재계인사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텔롯데에서 성대하게 열었으나 1년뒤의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는 자택에서 자녀들만 불러 생일을
보내왔던 것.

현대는 이에따라 당초 지난 희수연에 버금가는 팔순잔치를 생각했으나
비자금 파문으로 사회분위기가 냉각돼 있고 정명예회장도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출두를 받은 터라 호텔등에서의 "호화판"이 아닌 조촐한 잔치상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은 것.

사실 정명예회장은 지난번 광복절특사에서 자신을 비롯한 그룹내
대선관련 임원들이 전원 사면 복권되는등 대정부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돼
생일잔치에서까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으나 사회분위기를 감안할때
떠들썩한 잔치를 할 시기는 아니라고 보고 조촐하지만 제대로된 생일잔치를
열게됐다는게 측근의 설명.

어쨌던 인도 출장중인 정세영현대그룹회장과 미국 출장중인 정몽구
현대정공회장 등 해외에 체류중인 가족들도 명예회장의 팔순잔치에
참석키위해 25일전에 모두 귀국할 예정이어서 현대그룹 회장일가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데모여 오붓한 한때를 보낼 전망.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