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에 "주가 5천시대"가 열렸다.

뉴욕증시의 가장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21일
40.46포인트 상승하면서 사상처음으로 5천고지를 완전히 넘어섰다.

폐장지수는 5,023.55으로 올들어 1천1백89포인트(31%)나 올랐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초는 돼야 5천선에 진입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
이었다.

지난 2월23일 4천선이 돌파됐을때 증시전문가들은 5천선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릴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런데 불과 9개월만에 5천의 벽이 뚫린 것이다.

이처럼 빠르게 5천고지에 올라설수 있었던 것은 여러 요인들이 겹치면서
시너지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우선 미경제가 안정된 성장을 유지,증시활황의 토양을 제공했다.

안정성장은 인플레율을 낮추었고 저인플레율은 증시의 최대호재중 하나인
금리하락을 몰고 왔다.

미경제는 올들어 적정성장률(2.5%)에 근접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율은 2.7%에 그치고 있어 물가가 매우 안정돼 있다.

국채금리(수익률)는 작년 이맘때보다 1%포인트이상 하락, 30년만기 재무
부채권의 경우 6.2%선(작년말 7.6%)으로 크게 낮아져 있다.

금리가 낮아지니 시중자금은 수익률이 높은 증시로 몰리게 됐고 그결과
주가가 뛰어 오르는 금융장세를 만들고 있다.

여유돈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주식투자펀드인 뮤추얼펀드(투자신탁)
에 속속 가입함으로써 투신이 올들어 지금까지 기록한 주식순매입액
(매입액-매도액)은 1천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작년한해동안의 순매입액보다 2백억달러나 많은 금액이다.

지난 수년간 대대적인 리스트러처링(구조재편)을 추진해온 미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경영실적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는 것도 증시활황
의 최대 요인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경영실적호전은 올들어 더욱 탄력이 붙어 거의 모든
기업들이 두자리숫자의 순익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증시가 공급부족.수요초과상황에 놓여 있는 것도 빼놓을수 없은 주가상승
요인이다.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기업매수합병(M&A)열풍은 증시의 주식물량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수백건의 M&A중 약 절반이 주식교환및 주식합병을 통해 이뤄짐으로써 증시
에서 주식물량이 줄어들게 했다.

또 M&A붐등으로 기업들이 자사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도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이뤄진 자사주매입액은 7백10억달러로 작년한햇동안의
기록을 이미 경신했다.

반면에 올들어 증시에 새로 나온 신주물량(신주발행액)은 1백45억달러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을 통해 거둬들인 물량이 신주발행물량을 크게 초과
함으로써 미증시는 수요우위의 상태에 있다.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인 5천선이 돌파된 지금 증시주변에서는 주가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안정된 경제성장 저인플레 금리하락이라는 기본 경제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수요초과의 증시상황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그래서 내년 상반기중에 6천선 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이긴 하나 강력한 주가하락조정기가 조만간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폴 사무엘슨 MIT대교수는 지금의 미주가가 버블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주가폭락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일부전문가들은 현재 주가수익률이 17배나 된다는 점을 들어 주가가
한번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87년 블랙먼데이(주가대폭락사태)때 주가수익률이 20배였다는 사실에
근거, 머잖아 주가수익률이 이 정도로까지 올라가면 시장은 한차례 대대적인
조정기를 맞을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주가전망은 이처럼 엇갈리고 있지만 미증시활황은 세계경제에 긍정적
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미주가상승은 달러가치의 폭락을 저지, 국제환시를 안정시킬 수 있다.

동시에 세계증시의 향도인 뉴욕증시의 활황은 다른 증시에도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 세계주가의 동반상승을 유도할 수도 있다.

<< 다우 약사 >>

뉴욕증시는 지난 1792년에 개설, 200년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IBM GM 인텔등 30개 최우량기업(블루칩)들로 구성된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
지수는 대공황 1년전인 지난 28년 도입됐다.

그후 지난 60년대 케네디의 경기확대정책과 전자산업의 부흥을 발판으로
다우지수는 지난 72년에 처음으로 대망의 1,000포인트를 넘었다.

그러나 지난 73년과 79년 두차례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고 다우지수는
80년대초까지 10년간 비틀거렸다.

80년대초반이후부터는 강력한 미국을 표방한 레이거노믹스로 다시 고속
상승세로 반전, 지난 87년 1월 그토록 멀게만 느껴지던 2,000고지를 정복
했다.

그렇지만 그해 10월19일 하룻만에 주가가 25%나 대폭락한 블랙먼데이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어 90년대들어 주가상승세가 지속돼 91년 4월 3,000선을 돌파하고 약
4년후인 올 2월에는 4천선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5,000선마저 돌파, 한해에 두번이나 "천의 고지"를
점령하는 뉴욕증시사상 유례가 없는 대역사를 이룩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