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도 국민들은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에 관련해 혐의자에
대한 "사법처리"에 관심이 쏠릴 모양이다.

국민들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있고 피의당사자는
"사법처리"에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스컴이 자주 사용하는 "사법처리"라는 용어의 개념은 아주
애매하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리말사전이나 백과사전에 "사법처리"라는 말이 없다.

지금까지 매스컴에서 이 말을 사용한 사례로 짐작한다면 검찰이
뇌물죄 혐의자를 수사하고 법원에서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치소에 수감하는 것을 자칭하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검찰이 뇌물죄 혐의자를 정치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검찰이 법에 따라 "사법처리"한다는 것은 법치국가로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새삼 사회의 주목을 받을만한 일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고위정치인이나 기업가가 관련됐던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들이 가끔 정치적으로 처리됐었기 때문에
검찰이 이번에 법에 따라 처리하느냐 여부가 주목받게 된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지금까지 보였던 행태를 비판하는
의미의 새조어가 아닌가 싶다.

검찰이란 범죄수사를 통한 형벌권의 행사와 법원의 판단에 의해
구체화된 형벌권의 내용실현을 지휘 감독하는 국가권력작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검찰권 행사의 주체인 검사를 검찰이라 부른다.

검찰권은 그 법적 성질이 넓은 의미의 행정권에 속하지만 그 법적
기능은 사법권과 밀접한 관게에 있으므로 준사법기관이라 한다.

검사는 각자가 검찰권행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독립관청이고
검찰권은 법무부장관의 지휘 감독아래 행사된다.

이는 검사의 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방지하는 한편 검사가 직접적으로
정치적 이해나 영향에 좌우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은 일반적 지휘 감독권만 갖고 있을뿐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와 기소.불기소 등 공소권의 행사엔 검찰총장만 지휘 감독할수
있다.

소위 지휘권발동의 제한이다.

또 검사의 신분은 법으로 보장돼 있고 검찰총장은 임기제로 신분이
보장돼 있다.

그런데도 지금껏 우리 검찰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왔다고 국민에게
평가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노씨의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씻고 독립된
검찰상을 보여주는 획기적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