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성 < 행정법제연구소 소장 >

지금 국회건설교통위에는 "도시재개발법"개정안이 상정돼 심의중이다.

이 법안은 도시 서민의 주거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활법률이다.

따라서 해당계층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뒤 입법을 해야하나 의원입법으로
대부분 국민들은 그 내용을 모르고 있다.

행정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사업주체층의 의견수렴이 없는
입법은 법의 실현성을 기대할수 없다.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사업추진의 관건임에도 그들의 의견과 관계없이
일정평수이하의 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고 평형배정을 임으로 정하는 것은
재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역행하는 행위이다.

결국 다른 지역과의 형평을 잃고 사업주체인 주민(토지소유자)의사와
다르므로 사업추진을 위한 동의를 받을수 없게 될 것이다.

법이 개정돼도 사업주체인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해 유명무실한 법이 될
게 뻔하다.

특히 재개발과 같은 지주.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 균형을
잃을때 그러하다.

도시재개발법이 76년 제정원후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시행규칙이
제정되지 않고 건교부훈령과 서울시지침을 제정하여 법과 행정이 별개로
운영된 것도 좋은 예이다.

따라서 국회는 입법예고에 관한 국회규칙이 없으므로 정부입법으로
돌린다음 입법예고를 거쳐 국민의견을 수렴한뒤에 심의절차를 밟음이
옳다고 본다.

재개발사업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다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재개발아파트를 "우골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자치단체 고유업무로 볼 수 있는 기본계획승인, 구역지정등 상당수
업무를 건교부가 쥐고 있고 그래서 절차가 복잡해지고 기간이 길어진다는
데 있다.

지방자치법 제9조에 열거된 자치단체의 사무중에는 지역개발, 건설, 주거
생활개선등 재개발사업수준의 사무가 고유업무로 돼 있다.

반면 제11조는 자치단체가 참여할수 없는 국가업무 내용을 정규하고
있는데 그중 재개발사업수준의 업무는 없다.

재개발사업은 원래 집주인이 낡은집을 헐고 새로 짓는데 기왕이면 이웃과
함께 지어 경비와 노력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여기에 도시기능 회복과 공익사업 성격을 가미하여 도시계획사업으로
한 것 뿐이다.

재개발사업 적용법규는 상위법인 국토이용관리법이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직접 적용받지 않고 도시계획법, 건축법 등을 적용받는 수준이다.

따라서 도시계획법에 의한 도시기본계획과 조화를 이루며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되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고유업무로 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재개발사업은 국가의 기관위엄업무지만 고유업무처럼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금융지원외에는 업무위임에 따른 교부금이나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지만 채권입찰제, 평형제한, 분양가 통제등 일반주택건설과
똑같이 적용하여 오히려 사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재개발사업은 우선은 동네사업이고 어렵게 사는 주민의 주택마련사업임을
유의해서 될수록 손쉬운 행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실제로 일하는 곳에
권한과 의무를 함께 주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제 국회가 지혜를 발휘할 차례다.

법리적.제도적으로 더이상 갖고 있을 필요가 없으므로 건교부장관으로
돼 있는 것을 시장.도지사로 1단계 내리도록 고치면 된다.

그리고 시장.도지사는 필요에 따라 구청장.군수에게 재위임하여 구청장
중심체제로 바꾸면 된다.

평형건설이나 배분방법도 자율적으로 결정케하는 것이 발전된행정의
모습이 될 것이다.

예로 종전 소유토지만을 기준한 평수배정을 하고 세입자에게는 임대주택만
준다는식 의 고정관념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소득이 있고 노부모를 모시거나 가족이 많은 경우에는 분양아파트, 임대
주택을 가리지말고 생활의 규모, 질에 맞게 배정함이 합리적이다.

지금까지 개혁사각지대에 안주한 재개발법규 제도가 먼저 재개발돼야
진정한 재개발사업이 가능하고 그 결과는 정치.경제.사회개혁의
표본이 될수도 있다.

수백만 달동네주민의 주거문제를 다룰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심의될 지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