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민간소비행태에 관한 분석자료는
우리의 소비패턴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 분석자료는 최근 우리국민의 소비행태에 두가지 뚜렷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소비가 소득을 앞지르는 과소비현상이 이젠 고착화돼버렸다는
것과 둘째 소비확대 주도연령층이 20~30대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89년부터 95년 2.4분기까지 연평균 민간소비증가율이 8.5%로
껑충 뛰어 국민총생산(GNP)증가율 7.7%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 3.4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소비의 소득추월"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 40대이상 중장년층의 소비는 89년이후 계속 낮아지는데 반해
20~30대 청장년층의 소비가 91년이후 크게 늘고 있는것도 주요 특징임에
틀림 없다.

물론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패턴도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행태변화는 정부및 민간부문에서의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불건전 과소비 근절대책의 첫 단계는 정부및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우선 정부분문에 과소비를 부추기는 시책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
볼 일이다.

특히 뭉칫돈이 풀려 소비를 자극하게 마련인 선거철에는 정부의
선심성정책집행이 남발되는 일을 크게 경계해야 한다.

그다음 지하경제에 대한 발본책이 강구돼야 한다.

GNP의 30~40%인 100조~110조원에 달한다는 불법소득을 원천봉쇄하지
않고서는 건전한 소비지출을 기대할수 없다.

또 청장년층의 소비확대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분석에서도 나타났듯이 20~30대의 소비는 주로 해외여행과
자동차구입 오락관련지출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대다수의 청장년층이 가난을 모르고 자란 신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약삭빠른 상혼이 이들의 무절제한 소비행태를 부추기고 있는데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불건전 소비조장행위를 엄격히 규제하지 않고서는 무절제한 소비행태를
바로잡을수 없다.

끝으로 이 나라에 만연된 사회병리현상을 고치지 않고서는 건전한
소비문화도 정착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수천억 수백억원을 착복해 호화생활을 누리는 자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있는 사회에서 절약의 미덕은 입에 올리기조차 쑥스러울 뿐이다.

일부 계층에 돈을 물쓰듯하는 풍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서울에서 자기집을 장만하려면 평균 6.6년동안 가구의 모든
소득을 꼬박 저축해야만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개인 뿐아니라 국가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해서도 소비의 절제와 저축여력의
결집은 필수조건이다.

건전한 소비문화정착은 정부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가계가
사회성과 윤리성에 입각한 소비생활에 적극 참여할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