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상을 받게돼 기쁩니다.

하지만 작은 그릇이 넘치지 않을까 난처하기도 합니다"

제1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인 김기택씨(38)의 솔직한
소감이다.

수상작인 시집 "바늘구멍속의 폭풍"에 육체에 관한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대해 그는 "우리 몸은 생명의 집이자 삶의 공간이고 나아가
삶의 조건과 사회적 폭력이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로 가득한 현대인들의 "상처의 흔적"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따라서 그에게는 말과 소리도 몸의 한부분이며 이 생명의 파편들로
폭력에 대항하고자 한다.

"구로공단역의 병아리들"에서는 "맑은 소리 만드는 것 말고는/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병아리들"의 순수한 힘이 소음의 폭력을 헤치고 어떻게
생명으로 피어나는가를 얘기한다.

그의 시는 또 삶의 중심부에서 비켜나 있는 이웃들의 신산스런 삶을
어루만진다.

다소 산문적이라는 평을 듣는 문체도 이러한 모습들을 그려내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진다.

"앞으로는 존재론적인 "몸"의 내부에서 나와 육체와 육체, 인간과
사회의 관계로 시야를 넓힐 생각입니다"

김씨는 경기도안양 태생으로 중앙대영문과를 졸업했으며 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꼽추"와 "가뭄"이 당선돼 등단했다.

91년 첫시집 "태아의 잠", 지난해 "바늘구멍속의 폭풍"을 냈다.

시인 이진명씨와 93년 결혼, 9개월된 딸을 두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