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국중 외국인들이 가장 투자를 기피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통상산업부의 자체평가는 우리정부의 외국인투자환경 개선노력이 겉돌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통산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의 직접투자동향"에 따르면 94년말 현재
외국인의 대한 투자총액은 125억달러로 국민총생산(GNP)의 3.3%에 불과했다.

이는 GNP대비 외국인투자규모 면에서 아시아 주요국중 최하위수준이다.

대만이 5.6%로 우리나라와 비슷할뿐 싱가포르91%, 말레이시아 43.9%,
인도네시아 32.7%, 중국15.5%, 태국11.2% 등으로 모두 두자리 숫자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올들어 상반기중 9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전체로는 18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30%가까이 늘어난 규모이며 투자내용면에서도 제조업비중이
종래의 4분의1수준에서 올해에는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적어도 피상적으로는 우리의 외국인투자유치노력이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대한 직접투자 증가현상을 좀더 면밀히 살펴보면 외국인들의
대한 투자기피증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음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해외투자 자금의 많은 부분이
개도국, 그중에서도 아시아지역으로 몰리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 투자수혜면
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예컨대 전세계의 해외직접투자액중 개도국에 투자된 비중은 지난 92년의
35%에서 94년에는 42.6%로 커졌지만 15개 개도국에 대한 세계의 직접투자액
으로 볼때 한국은 12위로 8개 아시아개도국중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대한 외국인투자 부진이 전적으로 우리의 열악한 투자환경 때문
이라고만 단정할 일은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는 싼 임금이나 천연자원획득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시장접근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성격상 차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이 최악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은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외국인이 투자를 기피하는 나라라는 것은 곧 국내기업들도 그만큼
투자하기가 어려운 나라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분석하는 한국의 투자환경도 이번에 통산부가
발표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각종 까다로운 규제는 물론이거니와 비싼 임금, 잦은 노사분규, 비싼 세금,
토지및 물류비용의 증가, 지적재산권보호 미흡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사항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비자금파문으로 한국이 뇌물을 주지않고는 기업을 할수
없는 나라로 비쳐지고 있음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외국인투자의 적극적인 유치는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에 적극 대응하고
우리기업의 지상과제인 경쟁력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한 국내외의 부정적 평가를 "공연한
생트집"으로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투자환경 개선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