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태 <한국농촌경제연 책임연구원>

얼마전 남해안에서 발생한 두건의 해상 유류유출사고는 우리 수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이같은 사고는 있었으나 경제발전에 따른 해상물동량
증가로 사고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피해규모가 대형화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수 있다.

수산업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 자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서 태풍
적조와 같은 자연 재해와 유류 공업용수 생활하수와 같은 오염물질로 인해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수 없을 뿐 아니라 예방대책에
있어서도 출어를 자제 또는 금지하거나 양식장시설을 보강하는등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유류유출사고와 같은 인위적인 재해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인위적인 재해라 하더라도 공업용수나 생활하수의
배출로 인한 영향은 장기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데 비해 유류사고는 즉각
그 영향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해상 유류유출사고는 우선 양식중인 양식생물이나 연안 가까이에 서식중인
해양생물을 죽게 하든가, 양식자재등 시설물을 못쓰게 하는등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사고의 피해가 일정한 기간 동안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고 수년간, 어쩌면 수십년 간에 걸쳐 나타날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즉 해양생물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먹이가 되는 기초
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해야 하고 기초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해양생태계가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유류유출사고로 인해 해양의 기초생태계가 크게 파손됐기 때문에
해양생물의 지속적인 번성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류유출사고로 인한 피해는 주로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외부효과, 그중에서도 외부비경제에 속한다.

즉 어떤 사람의 경제행위가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바다와 같은 환경자원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제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시장가격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자원에 있어서 피해가 발생했을때 우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액이 얼마나 되며 이것을 누구에게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선 해양은 국가에서 소유 관리하므로 국가가 가해자에 대해 피해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게 할수 있다.

현행 해양오염방지법 제50조 제1항및 동법 시행령 제26조는 이러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해양을 대상으로 경제행위를 하는자들에
대해서도 피해배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업허가나 면허,그리고 신고에 의해 어업활동을 하는 어민들
의 피해에 대해서는 당연히 배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례로 볼 때 어선어업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어족자원은 공유재산자원으로 어획을 통해 손에 넣음으로써 비로소
소유권이 발생하므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한 배상은 불필요하다는
논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논리는 일면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유류유출사고는 해양생태계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간접적이기는 하나 어선어업에도 피해가 없을 수 없다.

따라서 일정한 배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양식업의 경우 양식생물이나 양식시설의 피해를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다만 배상정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즉 피해가 발생한 시점까지의 경비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피해발생
시점까지의 기회비용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당연히 후자가 돼야 할 것이다.

다음, 연안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는 공동어장에 대해서는 피해평가가
어렵고 피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가해자 측에서
배상에 소극적인 사례가 많았으나 공동어장은 각종 고급 어패류의 서식.
산란장으로서 이것이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동어장의 피해에 대해서는 미래수익을 현재가치로 평가해
충분한 배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유류유출사고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사후 대책의 하나인
배상문제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원들에 대한 교육및 유조선의 안전설비와 오염방지시설에
대한 점검, 해상교통관제시스템의 시행 등을 통해 선박의 안전운항및 환경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 불가피하게 유류유출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면 사고를 조기 수습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오염 방재기구를 정비해 신속한 방재가 가능토록 하고
오염방재기술 개발과 방재장비를 보강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한편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해
이에 따라 충분한 배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어민들로 하여금 2중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