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검찰이 15일 노태우전대통령을 재소환한것은 여권핵심부가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의 수순을 앞당기는등 전직대통령 비자금파문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있다.

정치권은 이제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기 재소환이 노전대통령과 극소수의
관련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매듭지어질지 또는 노전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사법처리의 범위가 확대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함께 검찰이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힌 이상 이날
노전대통령을 상대로 대선자금부분에 대해 어느정도 확인을 했고
노전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했을까에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정치권인사들은 그러나 사태가 어느쪽으로 진전될지에 대해서는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는 반응이다.

노전대통령의 구속여부와 관련,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야권은
노전대통령이 곧바로 구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자당측 인사들도 어차피 사법처리를 하는 경우 금명간 구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헌정사 초유인 전직대통령에 구속은 당사자에게 최소한 뇌물여부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재소환 당일날 구속하기는
어렵고 그 시점이 하루이틀 늦어질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전대통령이 뇌물수수를 인정, 신병이 구속되면 그에게 뇌물을 제공한
일부 기업인들이나 중간과정에 관여한 인사들도 형평상 구속해야 하는 등
대대적인 구속사태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권핵심부나 검찰이
단안을 내리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그이유로 들고 있다.

정치권은 다만 초미의 관심사인 대선자금부분에 대해서는 더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수사가 대충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대선자금에 관한한 직접적인 관련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영삼대통령과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뿐이다.

김대통령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이미 못박았고 김총재는 20억원을 대가
없이 인사치레로 받았다고 밝힌 상황에서 확대수사는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는게 현재로서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노전대통령이 2차소환에서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에서 비자금
사용내역을 밝히고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특정인사를 거명하면서 액수등을
제시하는 경우는 상황이 전혀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자금에대한 조사를 확대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야권의 김총재에 대해서만 조사하는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경우 대파란이 일것이고 정치권은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는 혼미상태에
돌입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여권후보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대선자금을 지출
해온 우리정치상황을 익히 잘아는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할때 과연 여권
핵심부가 "정직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김대중죽이기"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초 여권핵심부는 이번 기회에 노전대통령 비자금의 대선자금으로의 유입
부분에 대한 조사와 기업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여야정치인에 대한
조사까지 벌인다는 방침으로 있었던게 사실이다.

엄청난 국민적 분노를 감안할때 살을 도려내는 아픔까지 감수하지 않고서는
사태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과정에서 김대중총재를 비롯한 야권의 일부 정치인들이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이는 의도했던 안했던 간에 여권이 바라고 있는
세대교체와도 연결될 수 있는 득이 남는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선거비요이 법정한도를 초과하지 않은 후보가
없는게 정치현실이고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보가 직접 또는 측근들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한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알고 있는게 현실
이다.

또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양측에 "보험"을 들었을
것이라는 것도 일반의 인식이다.

때문에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어느 후보에 얼마나 흘러들어갔고 어떤
기업이 어느 후보에게 얼마를 주었는지를 밝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란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야정치권이나 일반국민들중에서도 비자금에 대한 진상을 밝히되 더이상의
국력소모를 막고 경제활동의 조기 정상화를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여권핵심부도 이같은 차원에서 비자금파문의 해법을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변수가 많아 기존 정치권이 공멸상태에 들어가고 정치권의
새판짜기로까지 연결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라는게 정치권의 분위기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