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저 창자과비평사간 3천5백원)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등으로 사람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해
온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우리나라 산천과 마을의 모습, 평범한 이웃들의 꿈을 담은 시 56편이
들어있다.

광주에 대한 기억과 현대사의 거친 뒷모습을 풍자한 시편들이 한 축을
이루는 가운데 조선소리, 석탑이야기등 전통의 숨결을 넉넉하게 감싸안는
작품들도 들어있다.

그의 시는 삶이 "한 두름의 굴비와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하는 일"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직나직
전하고자 한다.

발가락 사이로 헤적이는 참 맑은 물살에서 "애기 고사리순"을 발견하고
"사랑해야 할 날들"이 많다는 걸 일깨우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또 시인의 발길이 닿았던 지명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부제로 붙은
시편들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젊은날의 신념을 여전히
어여쁘고 깨끗하게 지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