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도 장례절차에서부터 묘지사용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장의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특히 묘지가 전체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고
봅니다"

미 뉴욕에서 중앙장의사를 운영하고 있는 하봉호씨(44)가 최근 고국을
찾았다.

그의 직함은 국내에선 다소 낯선 "공인장례사".

미국에서 한인 최초로 장의사자격을 취득한 그를 만났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천안공원묘지의 초청으로 장례절차와 묘지선정 등 장례문제 전반에
대한 자문에 응하기 위해 왔다.

또 외국의 장례문화를 소개하고 좋은 점은 알리고 싶다"

-공인장례사의 라이센스는 꼭 필요한 건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춰야 하므로 당연하다.

예를들어 폐결핵이나 간암으로 사망한 시신은 전염의 우려가 있어
임바밍(부패방지를 위해 약품 또는 향료로 살균소독하는 행위)하는데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문제점은.

"묘지사용문제가 심각한것 같다.

한국은 묘지면적을 1인당 6평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1평에
3명까지 쓸수 있다.

토지활용면에서 18배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땅이 좁은 형편을 고려하면 개선돼야 할 점이다"

-묘지문제의 개선방향은.

"정부가 묘지사용 허용면적을 규제하고 묘지용도의 땅값을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의 평당 최고가격 45만원선은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하면 너무
싼값이다"

-공인장례사가 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가 시행하는 시험을 치러야 하며 1~2년간의 수련기간을 거쳐
다시 주정부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하씨는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중
무연고자 장례 등 집없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다가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공인장례사란 직업에 대해 "미국내 2만여개의 직종가운데 인기순위
42위"라고 소개한 하씨는 "고객에 대한 성실한 봉사정신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규용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