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은 꿈(예상)을 사고 판다.

유능한 젊은이들은 이 꿈시장에 자신의 능력으로 부와 명성을 한손에
움켜쥐겠다는 꿈 하나를 보태며 뛰어든다.

그들은 가장 야망이 큰 군인이 야전을 택하듯 일선 영업점에서 승부를
건다.

현재 두각을 보이는 일선 영업맨들은 80년대 후반 호황기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 긴 대세하락기의 호된 시련에서 뚜렷한 개성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LG증권 반포지점의 최진성대리는 지난 88년 그룹공채에 뽑힌 5백명중
4백99명이 증권사를 지망한 가운데 증권사배치 18명에 든 실력파.

지점만 8년째인 알짜배기 영업맨이다.

약정실적에서 LG증권 "신세대"영업맨을 대표하는 그지만 영업무기는
고전적인 "친절".

한 번 만난 고객은 반드시 챙긴다.

그래서 그가 광주지점에서 서울로 오자 대부대가 계좌를 옮겨오는등
사람을 몰고 다니는 재주가 있다.

월약정 50억원으로 채권같은 다양한 금융상품도 많이 다룬다.

친인척계좌는 관리하지 않는등 냉철한 매매로 깡통정리를 전혀 안당한
것도 그의 자랑.

동서증권 개포지점 서동문대리는 여성답지 않은 박력과 명쾌한 시황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7시에 출근하자마자 거침없이 "오늘은 이런종목을 사시고 저런종목은
파세요"라고 말한다.

고객들은 서대리의 조언이 틀릴 때도 있지만 매매의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이 무모할 만큼 명쾌한 종목추천에는 장마감뒤 고객이 보유한 종목들의
주가움직임, 영업실적을 세밀히 분석, 다음날에 대한 대책이 서야만 퇴근
하는 고단한 땀이 배어 있다.

87년 입사이래 1백만-2백만원정도의 소액 주부투자자가 고객의 대부분
이지만 한달 70억원의 약정에 무리가 없다는 걸물.

쌍용투자증권 서귀포지점 신원철과장은 서울근무를 고사하고 6년째 고향
서귀포를 지키고 있다.

병상에 계신 아버님을 모시기 위해서다.

영업사원이 5명인 미니지점에서 그의 한달약정 50억원은 돋보인다.

그는 지방특유의 정보부족은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지난 91년 피터린치의 "월가의 영웅"을 읽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감에 의존해 매매하던 그에게 기업의 내재가치와 장기적인 성장성을
중시하라는 피터린치의 충고는 종목발굴과 성공의 열쇠가 됐다.

"지방에선 정보가 늦은 건 사실이지만 중요한 정보는 단말기나 신문속에
다 들어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기도 하다.

증권시장이 능력과 노력만큼 대우받는 곳이란 말은 대우증권 홍성학대리
(서초동지점)에겐 진실이다.

그는 87년 대우증권에 탁구선수로 입사했지만 관절염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89년 올림픽지점에 발령을 받는다.

운동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그였지만 10년안에 한국 최고의
펀드매니저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고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비장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그는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은 모두 다 섭렵, 기술적 분석의 대가란
말을 듣게 됐고 무역학을 전공하며 4년제 대학도 마쳤다.

강남지역 본부에선 최우수직원상을 타기도 했다.

그는 이제 "날마다 그려보는 일봉 막대기 하나에도 수많은 투자자의 애환이
서려 있고 진정한 프로 영업맨이 되려면 그 안에 담긴 아픔과 기쁨까지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만큼 성숙한 증권맨이 됐다.

<정진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