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상 < 무협 상근부회장 >

지난달 중순 연길에서 유엔산업개발기구(UNDP)와 중국길림성의 후원하에
연변자치주가 주최한 두만강유역국제투자포럼에 필자는 우리 기업들을
이끌고 참석하였다.

이제 두만강지역은 단순한 북한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이 아니라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새로운 국제 공업.물류거점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국제투자포럼에서는 상담회도 같이 열렸는데 우리나라에서 60여명을
포함, 세계 29개국에서 약 350여명에 달하는 해외기업인이 두만강개발회의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로 참가하여 117건, 8억4천만달러의 투자계약이 체결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실 두만강개발계획은 90년에 최초로 논의된 이후 각국의 입장차이로 다소
지연되어 왔지만,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개발을 비교적 빠르게 진척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중국은 혼춘과 연길을 중심으로 두만강개발계획을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
하고 있는데, 강택민주석이 이곳을 두번이나 방문한 바 있다.

특히 혼춘은 3년전만 해도 인구 3만명의 조그마한 어촌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인구 20만명에 국가급 단위의 개발구가 설치된 공업도시로 변모,
개발열기로 가득차 있었고 연변지역은 매년 11.5%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혼춘에는 우리 기업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여 이미 현대등 13개사의 공장이
진출해 있다.

이번에 우리 기업이 투자한 한 내의공장을 방문하였을 때는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전생산라인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부드러운 내의는 70%가 현지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
30%는 일본등 제3국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내수와 수출 모두 대폭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곧 공장을 증설할 것이라고 공장장은 말하였다.

동해로 연결되는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던 중국은 용정과
삼합, 북한의 회령과 청진을 연결하는 12~15m의 도로를 거의 완공하고
포장만 남겨둔 상태에 있으며, 북한측으로부터 나진~선봉과 청진항의 이용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러시아도 그동안의 다소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혼춘과 인접지역인
자루비노, 포시에트등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혼춘~자루비노간에 도로공사를
완료하는등 기반시설 확충에 매우 적극성을 띄고 있다.

북한은 이번 나진~선봉지역을 방문한 외국기업인들을 위해 처음으로 무사중
입국을 허용하고 최근 나진~선봉의 원정리와 혼춘시 권하를 잇는 2차선의
국경도로를 개통시키는등 투자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북한은 이번 포럼에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간부를 단장으로 하고
나진-선봉 지역개발 관계자로 구성된 10명의 대표단을 파견하였는데, 중국
개혁.개방의 선진경험을 많이 따라 배우겠다고 말하고 아울러 우리 대표단에
나진-선봉지역을 방문하지 않겠느냐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대표다들은 한결같이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우리기업의 대북진출이 추진될 수 없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
하였다.

북한은 이번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나진,선봉의 개방은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다국적인 개발로 인정하고 있는듯 하였으며 자유경제무역지대법을
비롯한 27건의 관련법과 규정들을 정비하여 법률적 기초를 마련하였다고
설명하고, 나진-선봉과 훈춘 사이의 광케이블 완공과, 연길-나진-부산항의
콘테이너 직항로가 개설되었다는 점등을 강조하였다.

이번 참가자중 우리 대표단을 제외한 210명의 외국기업인들이 나진-선봉을
다녀왔는데 한국기업들의 방문에 기대를 걸었던 북한으로서는 우리기업들의
방문이 무산된데 대하여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였다.

UNDP는 내년 5월 나진-선봉 지역에서 투자포험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만강유역개발계획은 많은 잠재력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접경 3개국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를 가진 한국, 몽골, 일본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의 원만한 조정이 큰 과제이다.

다자간 협상기구의 운영및 개발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두만강개발에서는 중국이 먼저 선두에 나서 달리고 있는 반면,
북한은 4년이 지난지만 아직 인프라면에서 크게 미흡한 편이며 러시아는
아직 재원부족으로 독자적인 개발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리고 당사국간 법적, 제도적 조화문제인데, 현재 북한, 중국, 러시아
간에는 인적,물적 이동에 관한 법이나 제도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두만강유역개발계획은 여러가지 난제에도 불구하고 3개 국경이
맞다아 자유무역지대로 개발할 수 있는 세계에서 얼만 남지 않은 유방지역
이라는 점으로 보아 성공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두만강개발계획에 대해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