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검찰이 "노태우비자금"뿐 아니라 야당 정치자금도 조사
한다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호남계 기업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더욱 확산
되는 분위기.

검찰쪽에서는 "야당 정치자금을 조사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재계는
별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재계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야당정치자금 조사설을
전후해 대선자금 공개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극한적인 상태로 치닫기
시작했다"며 "여권에서 야당 정치자금에 대해 뭔가를 포착했고 이를 야당도
감잡았다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반문.

한편 야당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벌써부터 D.J.K그룹 등이 구설수에
오르는 등 재계는 갈수록 뒤숭숭한 분위기.

게다가 13일 금진호의원이 재소환 되면서 "금리스트"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이는 "금리스트"야 말로 국책 사업과 관련된 "뇌물 제공기업"의 명단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

<>.비자금 소용돌이에 기업들이 휘말리면서 강택민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마저 그 빛이 바래는 듯한 인상.

강주석의 방한은 한중외교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점만으로도 여느때 같으면
범재계 차원의 떠들썩한 행사가 치러졌을 법하나 이번에는 기업들의 신경이
온통 검찰에 불려나가는 "총수들의 행진"에 쏠려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S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재계가 초상집 분위긴데 제아무리 국빈이라
해도 기업들이 반가워할 겨를이 있겠느냐"며 "전에는 외국요인이 방한할
경우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모시려 했지만 이번에는 별로 나서는 기업도
없었다"고 재계의 심드렁한 분위기를 전언.

한편 대우그룹은 김우중회장에 대한 조사가 길어지자 당초 14일(현지시간)
로 예정돼 있던 폴란드 FSO사 인수 계약식을 연기해 주도록 폴란드측에
요청하는 한편 노병호(주)대우사장과 김태구대우자동차 사장을 현지에 급파.

< 임혁 기자 >

<>.13일 검찰소환을 받고 출두한 현재현동양그룹 회장은 기업에 투신하기
전까지 법복을 입었던 검사 출신이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법대 3학년때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현회장은 부산
지검 검사로 재직하다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이양구회장의 맏딸과 결혼한
뒤 기업인으로 변신했던 것.

현회장의 고시동기생으로는 황산성전환경처장관을 비롯해 정형근전안기부
차장 강재섭민자당의원 등이 있으며 윤동민대전고검차장 임휘윤광주고검
차장과 서울지검의 한부환 1차장 신광옥 2차장 이종찬 3차장 등은 아직
현역 검사로 일하고 있다.

< 차병석기자 >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앞둔 대기업그룹들에서는 총수들의 검찰 소환
수사 결과가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 장시간 수사를 받았던 그룹의 경우 총수의
"심기 불편"이 승진 인사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를 놓고
초조해 하기도 한다.

이같은 불안감은 "승진 케이스"에 걸려 있는 고참 부장이나 임원들 사이
에서 특히 증폭되고 있다.

올해로 이사대우만 4년째인 S그룹 K이사는 "이번엔 꼭 정식 이사로 승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혹시 노씨 사건으로 또다시 늦춰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