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일본총리의 망언으로 경색돼 온 한일관계가 에토 타카미 일
총무청장관의 망언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의 신경전으로 번지면서 다
시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11일 에토장관의 과거사 왜곡 발언파문과 관련,에토장관의
해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에 하루앞서
18일 열릴 예정인 한일정상회담을 취소할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일본측
에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현상황에 변화가 없는 한 정상회담은 이뤄질수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일본측에 이같은 정부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초강경 대응방침은 잇따른 일본고위당국자의 망언에
쐐기를 박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한국정부의 초강수 외교에 대해 일본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11일까지 에토장관을 해임조치하지 않고 있고 외무성고
위간부도 "지금상황에선 한일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한국에 대한 저자세까지 감수하면서 정상회담을 실현시킬 뜻은 없
음을 내비쳤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