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홉번째 섬유의날이다.

그러나 "진치날"을 맞는 섬유업계 표정은 별로 밝지않다.

외형적으론 수출이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으나 안을 들여다 보면 어두운
구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섬유수출은 올들어 9월말까지 1백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2%가 늘었다.

이는 90~94년의 연평균 신장률 6.3%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이다.

특히 직물류는 이 기간동안 75억3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해 전년동기보다
17.1%가 늘어나는등 두자리수 증가행진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수출은 당초 목표인 1백82억2천만달러를 상회한
1백8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양적성장에도 불구,실속이 별로 좋지않다.

1.4분기까지는 호황을 구가했던 대중국 수출도 2.4분기 이후에는 중국의
정치상황악화로 경색돼 직물등 수출주종품이 대부분 "덤핑"수출이었기
때문이다.

화섬업계는 원료값인상으로 채산성이 악화됐고 면방업계는 원자재값
인상과 판매가하락의 이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들어 섬유업계 "바깥"에서 섬유업계를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전경련이 국제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 아래 섬유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만든데 이어 19만달러를 들여 미국의 전문연구기관인 DRI맥그로힐에 국내
섬유산업의 발전방안을 마련케한 것이 대표적 예다.

또 국회 섬유산업발전연구회는 섬유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생활산업
구조고도화 촉진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되고있다.

그러나 후발개도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섬유선진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선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지난 87년 섬유업계가 단일업종으로는 처음으로 수출 1백억달러를
달성한 날을 기념해 만든 섬유의날이 해를 거듭할수록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우울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 섬유의날 행사도 변변치 않다.

10일 오후 열린 기념식과 기념다과회 뿐이다.

각 섬유단체들이 공동으로 벌여오던 "섬유주간"행사도 지난해부터
없어졌다.

이행사에 참가하는 정부측 인사도 지난해에는 박운서통산부차관이었으나
올해는 정해 차관보로 한단계 내려왔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