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건설이 제일은행 등 채권은행들에 7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한
것은 시급한 자금난을 우선 타개해보자는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성건설은 최근 제일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과 투금사 등이 더 이상의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시함에 따라 당장 돌아오는 자금을 결제하는 것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우성건설은 부도나 법정관리 등 최악의 경우로
빠져들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우성건설이 보유한 부동산이 많은데다 사업전망도 괜찮아 일시적인
자금난만 무사히 타개하면 경영정상화가 무난할 것으로 분석돼 왔다.

이에따라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감독당국과 ''교감''을 거쳐 지난 5월에
이어 제2차 협조금융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30대 대기업중 17위인 우성건설이 잘못될 경우 하청업체 등
경제계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우성건설은 지난 5월에도 12개 채권은행들에 1천3백억원의 협조융자를
요청, 1천2백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때 우성건설은 보유부동산과 계열사를 조속히 매각하는 자구노력을
이행, 대출금을 상환한다는 자구계획서를 제출했다.

채권은행들은 내심으론 자금지원을 꺼렸지만 우성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부동산을 보고 이에 응했었다.

실제 우성건설은 1차 협조융자를 받은 직후부터 싯가 5천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계열사를 매각하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신축중인 다동 우성빌딩(1천2백억원) <>안성골프장(2백억원)
<>캐릭터빌딩(2백90억원)을 매각키로 했다.

문제는 엉뚱한데서 발생했다.

팔려고 내놓은 부동산의 구매자가 나서지 않았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된데다 덩치가 워낙 큰 탓이었다.

8천여평에 달하는 부산부전동부지는 매각에 의견접근을 보았으나
중도에 틀어져 버렸다.

여기에 지난달에 터져나온 비자금사건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우성건설은 지난달 계열사인 우성타이어를 한보그룹에, 우성유통과
부산리베라백화점을 대우그룹에 각각 매각키로하고 금액까지 의견접근을
보았다.

그러나 한보그룹과 대우그룹이 비자금사건에 휘말리면서 매각협상은
중단됐다.

계속되는 주택경기의 침체도 우성건설의 자금난을 부채질했다.

지방의 미분양사태로 아파트건설에 쏟아부은 돈은 땅에 묶였다.

그러자 채권은행들은 "우성건설이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자금지원은 곤란하다"고 나왔다.

당연히 매주 목요일에 돌아오는 자금결제가 어려워졌고 증시에는
"부도설" "법정관리신청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우선 금융권 여신만도 은행대출금 6천3백7억원을 포함, 1조원을 넘는다.

건설업체의 속성상 하청업체에 미치는 파장도 엄청날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일은행 혼자서 우성건설을 떠맡자니 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결국 다른 은행들에 "읍소"를 거듭, 2차 협조융자를 이끌어
냈다.

박석태 제일은행이사는 "올연말까지 우성건설이 수금할 공사대금이
2천억원이 넘는데다 우성건설도 계열사와 부동산을 매각하는데 적극적이어서
이 고비만 넘기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승진 우성건설부회장도 "우성건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처분, 경영
정상화에 힘쓰겠다"며 "은행들에 대한 자금요청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