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부정축재"사건은 국민에게 비단 노씨 개인의 비리로만
비쳐지지 않는다.

우리 정당정치의 "관행"때문에 정치인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는 노씨사건 기사에서 "분석가들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하고 그돈(노씨비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수 있는 정치가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또 천주교의 김수환추기경은 "정치인은 이렇게까지 썩은 정치앞에 공동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지금 여야 정치인들은 여전히 서로 헐뜯고 상처를
내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앞다투는 니전투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정치인중엔 깨끗한 정치인도 있을것이고 "정치인이 썩은 것"은
정치인 개인 보다도 우리 선거제도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

김영삼대통령이 돈안드는 정치를 위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것은 국민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자당이 내놓은 개정구상의 핵심을 보면 한 선거구에서 2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와 전국구의원수를 늘리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를 대폭 감소한다는 것등이다.

그런데 이같은 선거재도개혁방향은 이미 국내외에서 실험이 끝난
상황이다.

유신시절 9대 국회부터 1구2인제를 채택해서 지난 12대 국회까지 실시
했었으나 그래서 정치자금의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일본에선 정치개혁의 하나로 종래의 중선거구제를 폐지
하고 소선거구제를 채택해서 내년에 있을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의 부패.타락이란 선거제도에만 있는 게 아니다.

특히 통합선거법은 지난 임시국회에서 손댄 겨우 3개월여밖에 되지
않았고 지난 14일부터는 15대총선에 관련해 기부행위등의 제한.금지기간에
들어섰다.

15대총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선거법 개정 문제가 제기됐다는 사실자체가 그 배경이나
내용에 의혹을 갖게 한다.

현행소선거구제에서 풍.대선거구제로 개혁하면 우리 정치풍토가 쇄신
된다고 확신했기 때문일까.

우리 서민으로선 노전대통령이 무엇때문에 천문학적 "부정축재"를 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또 정치인들이 무엇때문에 선거법을 또 고치려드는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노씨의 "부정축재"사건이 수사중이고 국민감정이 격앙돼있는 이
시기에 선거법개정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