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이 전직 국가원수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1일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그에대한 사법처리의 수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전대통령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구속기소될 것인지 아니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것인지에 정치권과 온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노전대통령이 사법처리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만
분명하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비자금을 부정축재라고 규정하고 성역없는
수사와 공정하고 사심없는 처리를 강조한 것은 일단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
했다고 봐야 한다.

적용법률도 정치자금법이 아니라 뇌물수수를 가중처벌할 수 있는 특가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이같은 일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노전대통령에 대한 구속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검찰의 분위기도 노전대통령의 소환이 곧바로 구속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도 이날 조사가 노전대통령에 대한 1차 조사임을
강조했다.

1차 조사에서는 노전대통령이 소명서에서 밝힌 5천억원 비자금의 조성경위
와 사용처를 캐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때문에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몇차례 더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헌정 초유의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받아 구속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대선자금에 관한 청와대와 연희동측간의 교감여부와 국민여론의 추이가
구속여부를 결정하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전대통령의 구속여부와 사법처리의 강도등은 이사건이 처음 불거졌을때
부터의 여권대응을 되돌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해 볼수 있을것 같다.

민주당의 박계동의원이 국회본회의에서 비자금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
했을때 정가일각에서는 여권핵심부가 정계개편, 세대교체등을 겨냥한
고차원적인 전략아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었다.

또 박의원이 "폭로"전에 여권의 몇몇 실세중진들을 만났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 현재의 정국전개상황도 상당부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어주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권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럭비공 같다"고
말한다.

김대통령의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는 서석재전총무처장관이 4천억설을
발설했다가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당한점은 여권이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박의원이 의혹을 제기했을때 곧바로 여권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나왔던 것은 전략상의 착오였다고 말한다.

당시 여권고위인사들의 모임에서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이 정확한 내역을
파악하지도 않은채 관련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사건을 확대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그는 또 경제에 부정적인 파장을 막기위해 관련 기업인들에게도 가능하면
"과거의 일"로 사법처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여권핵심부의 인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자금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정확한 예측이 될것이라고 주문
했다.

이와함께 김대통령이 대선자금을 밝히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점이나 민자당이 당비지원내역에 대해서만 밝힐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양측간의 교감여부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가에서는 또 전직대통령이 "범법행위"로 소환돼 인신구속되는 전례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후일에도 전직대통령의 "범법가능행위"가 발견돼 형확정이 되지않은 상태
에서 구속된다면 곤란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은 노전대통령은 검찰소환에 이어 기소된뒤 재판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그 과정에서 기소유예처분 또는 유죄판결후 특별사면등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