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 노태우씨의 비자금기사가 연일 모든 신문을 도배질하고 있다.

비자금규모가 4,000억원이라는 풍문이 나돌더니 485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민을 온통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말았다.

재임시절 유행처럼 나돌던 그의 말 "믿어주세요"가 지금 다시 유행어로
등장하고 있다.

처음 야당의원이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며 비자금 얘기를 꺼냈을때
그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돈의 주인을 우리도 알고 싶다"고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믿어주세요"를 믿었다.

이제 그 돈주인이 노태우전대통령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대통령의 자리가 축재의 자리가 될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런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모실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단돈 몇푼을 받았다 해서 감옥으로 가야하는 공무원사회의 수장이
천문학적인 숫자의 거금을 챙기고 있었으니 이러고도 나라가 이만큼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대통령이었다는 전력을 예우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더욱
엄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수직 < 성남시 분당구 시범우성아파트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