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6공비자금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검중수부(안강민검사장)는 30일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이 노태우
전대통령비자금중 3백억원이상을 금융실명제 실시직후 변칙실명화한
사실을 확인,정회장을 조만간 소환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정회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노씨에게 돈을 건넨 기업인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한 뒤 돈의 액수와 뇌물제공여부에 따라 이번 주말께
부터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별키로 했다.

검찰은 일단 모든 관련기업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나 관행적인 정치
자금제공기업과 대형사업수주를 위해 뇌물을 제공한 기업을 엄격히 분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조사대상에는 비자금조성규모 등을 감안,30대그룹은 물론 50대
그룹이 망라돼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회장은 노씨의 비자금중 지난 91년 각각 1백57억원과
1백73억원이 입금된 "성산회""총림회"명의의 동화은행 가명계좌 2개를
93년 9월 한보그룹계열의 "한보상사"명의로 실명전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사실을 동화은행 이성우 전상무 이태진 전경호실경리과장
등의 진술과 계좌추적작업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실명화과정에서 한보그룹임직원들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정회
장과 함께 소환,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노씨의 비서관인 박영훈비서관으로부터 비자금에
대한소명자료를 제출받고 정밀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은 소명자료에는 비자금이라는 표현대신 "통치자금"으로 표현돼있으며
조성액수와 잔액 1천7백억원의금융기관거래 내역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현우 전경호실장(57)을 재소환,소명자료내용의 사실여부에
대한 1차 확인작업을 벌였다.

검찰은 또 이 전실장이 안영모 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행장연임청탁 명목
으로 2억원을 받는 등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이에따라 이 전실장의 혐의가 확인되는대로 이씨를 특가법상 뇌
물수수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윤성민.한은구.송진흡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