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내역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전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을 은행의 기업금전신탁및 양도성예금증서
(CD)와 투금사의 어음관리계좌(CMA)등 3개 상품에 주로 예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십가지에 이르는 금융상품중에서 유독 이들 상품을 활용하고 있는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이들 상품이 고수익을 보장해주는데다 신분을 최대한 감출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어 비자금의 은닉수단으로 선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과 동아투금은 차명계좌를 알선해 주면서 이들 상품을
이용하는게 좋다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상품은 그러나 비자금의 은닉수단이전에 나름대로의 장점을
바탕으로 고객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

세가지 상품의 특성을 살펴본다.

<> 기업금전신탁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4개 차명계좌에 입금됐던
722억원(잔고 434억원)이 가입돼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는
상품.

개인기업이나 법인 공공기관 단체 조합등 만이 가입 할수있다.

개인은 가입할수 없다.

법인이 예금주가 되며 대표자이름은 그 옆에 명기된다.

자금을 맡기는 위탁자와 이익을 배당받는 수탁자가 동일인 이어야 한다.

수익자 변경은 불가능하다.

예치한도는 1,000만원이상 제한이 없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

만기는 1년으로 돼있으나 해지신청이 없을때는 원리금이 자동연장된다.

가.차명 예금주가 신분을 감추고 싶을경우 그대로 놔두면 언제까지나
연장이 가능하다.

제2금융권으로 유입되고있는 기업들의 자금을 은행권이 흡수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87년 9월부터 은행권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이 자금을 운용해 얻은 실적을 고객들에게 돌려준다.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배당률은 세전기준 연11~12%대.

<> 어음관리계좌 =동아투금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248억원을 운용해온
상품.

기업금전신탁과 마찬가지로 만기일이 지나면 예치기간이 자동 연장된다.

높은 수익률이 보장돼 단기금융회사 상품 가운데 검은돈이 은닉할수
있는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예탁받아 할인어음이나 유가증권등 고수익성
금융상품에 종합 운용한뒤 소정의 수수료를 빼고 운용 수익률에 따라
수익을 고객에게 분배하는 투금사의 유일한 실적 배당상품이다.

예치한도는 400만원이상으로 하루만 맡겨도 실적배당을 받게된다.

최장 만기일은 180일로 비교적 짧다.

은행의 저축예금처럼 입.출금이 자유롭다.

만기일이 돼서 자동연장할 경우 이자가 복리식으로 계산된다.

<> 양도성예금증서 =노전대통령측이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개설되어
있는 차명계좌에 입금하기 위한 자금을 세탁하는데 이용한것으로 나타난
상품.

무기명으로 거래하면서 양도가 가능하다.

만기이전이라도 유통시장에서 언제든지 사고 팔수있다.

현금화가 매우 용이하나 중도해지는 불가능하다.

실명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최초매입자와 최종소지자만 실명확인을
하면된다.

중간소지자들의 신분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최저 발행단위는 2,000만원. 만기는 30일이상 270일 이내이다.

은행이 자기자본의 1.5배이내에서 발행한다.

은행은 발행금리를 고시하고 있으나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네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증권사 창구를 통해서 매매할수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 상품이 무기명으로 언제라도 유통시킬수 있기 때문에
비자금의 은닉은 물론 돈세탁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것으로 보고
있으나 실체를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