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이동전화 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 내년 4월에 시작할 이동전화
서비스를 당초 약속했던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식이
아닌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최근의 주파수
싸움에 이어 이동전화업계는 또다시 큰 파문에 휩싸이게 될것 같다.

이번 싸움에는 외국 회사들의 로비와 함께 정부고위층에 대한 외국의
압력 등이 얽혀들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최근 차세대 무선통신인 개인휴대통신(PCS)의 기술표준으로
CDMA를 결정한바 있어 이번 CDMA 기술방식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이동전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성 싶다.

신세기통신의 주장인즉 현재의 기술개발 상황으로 보아 불안하기
짝이 없는 CDMA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면 아날로그 방식의 백업시스템을
갖춘 한국이동통신을 당할 재간이 없으니 일단 한국이동통신과 똑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영업을 시작한뒤 순차적으로 CDMA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신세기통신이 지적하는 CDMA방식의 문제점을 모르는바 아니다.

정보통신부의 주도로 지난 91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200여억원을
투자하고도 무리한 개발일정과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퀄컴사의
핵심 반도체칩 공급차질로 당초 예정된 내년초의 상용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불투명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CDMA 상용서비스개시 예정시기를 눈앞에 둔 지금 시점에
와서 신세기통신이 스스로의 약속을 파기하고 국가표준기술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가 아닐수 없다.

신세기통신은 CDMA방식 채택을 전제조건으로 지난 94년7월 사업권을
따냈다.

만약 CDMA의 상용화에 그처럼 큰 문제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사업자선정을
받기에 급급해 그것을 묵살했다면 그 책임은 신세기측에 있다고
할수 있다.

더욱 우리를 불쾌하게 하는 것은 아날로그서비스 주장의 배경에는
한국의 CDMA개발을 지연시키려는 외국 회사들의 견제전략이 숨어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신세기통신의 최대 외국 주주회사인 미에어터치사의 법률고문 칼라
힐스 전미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주초 한국을 방문,정부요로에 신세기통신의
아날로그서비스를 허용해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달초 정보통신부가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간의 이동전화 주파수
쟁탈전에서 신세기통신의 손을 들어주었던 배경에도 칼라 힐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고 보면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슬그머니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무슨 일이든 복잡하게 꼬일 때는 원칙을 따르는 것이 정도다.

만약 이번에 정부가 신세기통신의 아날로그방식 채택을 허용해준다면
통신사업 허가요건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너져 앞으로 신규 사업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제어할 명분을 잃게될 것이다.

특히 니전투구식 싸움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통신시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