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제품의 대일수출을 주업무로 하는 고려무역저팬의 최정남사장은
얼마전 일본의 한기업으로부터 클레임을 받았다.

A가방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수출한 제품이었다.

A기업은 그동안 제품을 대단히 성실하게 만들어 왔기 때문에 최사장은 의아
하게 생각하면서 제품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그런데 왜 반품이 됐는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최사장은 일본인 현지직원을 불러 어디가 잘못됐는지를 다시 한번 물어봤다.

그랬더니 문제의 부분이 곧바로 드러났다.

가방의 안쪽에 분필자국이 있는데 그것이 반품의 이유라는 것이었다.

A사의 경우는 일본의 철저한 품질관리를 의식하지 못한 실수로 볼수 있다.

그렇지만 최사장은 클레임을 받고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던 경험도
많이 갖고 있다.

B사가 수출한 플라스틱조립제품은 3.5cm의 이음새나사를 쓰기로 돼
있었으나 2.5cm의 나사를 사용해 한차례 반품이 됐다.

최사장은 반품의 이유를 설명하고 다시 납품해 달라고 요청했다.

B사의 사장도 굳게 약속을 했지만 다시 온 제품도 나사가 3cm에 불과했다.

물론 제품은 또 반품이 됐고 B사의 일본시장수출은 끊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B사의 사장은 "그 정도를 가지고 뭘 그렇게 깐깐하게 구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한다.

B사의 경우는 자기회사뿐아니라 한국기업전체의 이미지까지 나쁘게 만든
케이스다.

일본에 나와있는 주재원들은 B기업의 경우가 보여주듯 한국기업들이 대충
대충 만들어내는 고질병을 고치지 않고는 일본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같은 인상은 일본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다.

한국기업과 거래를 많이 한 야마나카 쇼사부로 미쓰이물산상무는 "한국은
생산설비가 최신형이고 기술도 일류인데 이상하게도 품질은 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밑바닥에 깔린 괜찮아요 정신이 개선되지 않는한 한국상품이 값싸고
조잡한 상품이란 인상을 벗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호윤 무역협회도쿄지부장은 한국기업들의 조급함도 고쳐야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한꺼번에 대량거래를 성사시키겠다는 욕심을 참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이지부장은 예를들어 현재 대량으로 거래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1만달러정도의 소량거래로 시작한 것이 보통이라고 충고한다.

일본인들은 소량거래를 통해 신용을 확인한 후 조금씩 조금씩 규모를 키워
가는 상관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부장은 일본시장에의 접근여건은 최근들어 상당히 나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소비자들은 과거 국산품을 사용해야 한다 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외국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엔고에 따른 가격파괴붐등의 영향으로 외국제품도 질좋고 값만 싸면 쓸수
있다는 자세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제품의 강점으로 꼽히는 가격경쟁력이 먹혀들 수있는 환경이 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야마나카상무의 경우는 한국기업의 일본시장진출과 관련 두가지를 조언
한다.

첫째는 대일수출용제품은 일본시장에 정통한 디자이너및 기술자가 설계
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품질이 좋고 값이 싸더라도 디자인이나 색깔 무늬등이 일본인들의
기호와 어긋나서는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하나는 일본의 기존유통기구와 상관습을 존중해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유통구조는 일본이질론이 나올만큼 대단히 복잡하지만 산업발전의
역사와 더불어 정착된 것인만큼 이를 무시해서는 성공할 수없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진로소주가 일본유통업체인 가시마주판을 활용해 일본시장에
뿌리내린 점이 좋은 예로 거론될 수있다.

진로소주는 가시마주판과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한 후 매년 40%이상의
신장세를 과시하며 소주시장에서 5,6위를 다투는 상품으로 부상했다.

올해는 수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한 해이자 대일누적무역적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해이기도 하다.

무역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일본은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깝고 큰 시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