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00억달러 시대] 전문가 좌담..'수출한국'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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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맞았다.
지난 64년 1억달러를 돌파한 이래 31년만에 이룬 금자탑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삼성동 무역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수출 1,000억달러
돌파를 계기로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주요 교역국으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참석자들은 또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아래서 수출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신시장개척과 유망상품 등의 개발노력과 함께 정부의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편집자 >
=======================================================================
[[[ 참석자 : 신원식 < 사회 / 무협 조사담당이사 >
박세용 < 현대종합상사 사장 >
정강환 < 태일정밀 사장 >
이한구 <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
유철웅 < 해태상사 사장 >
노근식 < 삼성전자 부사장 >
김홍경 < 통산부 심의관 > ]]]
<> 신원식 한국무역협회이사(사회) =한국의 수출이 1,000억달러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기업과 정부가 하나가 되어 수출 드라이브의 고삐를 바짝
죄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1,000억달러 수출달성의 의미를 짚어보도록 하지요.
<>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한국은 지난 77년 수출 100억달러, 1인당
GNP(국민총생산) 1,0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로부터 18년이 지난 올해 한국은 수출 1,000억달러와 1인당 GNP 1만달러
돌파를 동시에 달성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자원빈국이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물자수입은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외화벌이는 당연한 일이었고 수출이 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수출 덕분에 많은 고용창출도 이뤄낼 수 있었죠. 수출 1,000억달러 돌파의
의미를 찾는다면 수출이 국민의 의식을 키워 국제화 마인드를 갖추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입니다.
<> 김홍경 통상산업부 통상무역2심의관 =한국은 수출 1,000억달러 돌파를
계기로 세계교역시장에서 주요 교역국으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수출입을 합쳐 작년 세계 교역량의 2.3%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전체 수출에서 중화학분야의 상품이 71%정도를 차지해
질적으로 고도화됐죠.
또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지난 64년부터 100억달러를 돌파한 77년까지
연평균 21.5%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보여 왔습니다.
한국은 현재 유엔가입국수 보다 많은 세계 212개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한국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죠.
<> 박세용 현대종합상사사장 =지난해 수출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2.9%로
작년 경제성장률 8.4%의 34.5%를 기여했습니다.
여기에 수출의 산업연관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이 소비및 투자유발을 통해
추가적으로 기여한 효과를 고려하면 수출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4.4%입니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52.4%지요. 한국 경제성장률의 50%이상이 수출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수출전선의 일선에서 뛰는 무역업체의 사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수출 2,000억달러, 3,000억달러 고지를 향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 노근식 삼성전자부사장 =지난해 전자제품 수출은 총 310억달러규모
였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30%정도 더 늘어난 400억달러 이상의 수출이 기대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45억달러의 수출실적이 예상됩니다.
한국 전자업체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마켓셰어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반도체 메모리칩 CPT 모니터등이 해외시장에서 한국의 "간판"이 되고
있습니다.
<> 사회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기까지는 성공담이나 실패담 같은
에피소드도 많을 텐데요.
<> 정강환 태일정밀사장 =태일정밀은 애써 기술을 개발하고도 바이어를
찾지못해 사업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어렵게 바이어를 접촉해도 신기술제품은 높은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번번이 상담에 실패했지요.
이렇게 3개월정도를 허송세월하다가 결국 낮은 가격을 제시했더니 그
바이어가 금방 수입하겠다고 나서더군요.
이때부터 국제 경쟁력 가운데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번은 컴퓨터 헤드를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국업체에 외주를 맡겼는데
그 회사가 갑자기 철수하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태일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그 기업을 인수해 버렸습니다. 지금은
이 기업을 공개시키고 연간수출액 1억달러 이상의 업체로 키워냈습니다.
<> 유철웅 해태상사사장 =해태의 경우 비교적 경쟁업체가 적은 분야인
한국의 전통식품 분야를 개척해 재미를 봤습니다.
해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이같은 식품류의 수출에 눈을 돌려왔습니다.
이 결과 미주 유럽 일본등의 시장도 비교적 수월하게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들의 관심이 비교적 적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노부사장 =삼성전자는 신제품의 샘플을 가지고 해외 바이어에게 샘플
테스트를 받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멀쩡하던 샘플이 테스트 과정에서 고장을 일으킬 때는 정말 곤혹스러웠죠.
바이어로부터 샘플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또 지금은 한국산 VTR가 세계시장점유율 2위이지만 10년전만해도 수출용
샘플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결국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미국과 유럽등지의 기업을 찾아다니며 컬러
기능등을 물어가면서 샘플을 만든 적이 있었죠.
<> 박사장 =현대는 구소련과 국교가 수립되기 전인 지난 88년부터
비즈니스를 추진했습니다.
88년12월 구소련의 페스코사 선박수리를 28만달러에 수주한 이후 거래가
확대돼 89년에는 UBTRF사의 대형 공모선 개조를 2,300만달러에 따냈습니다.
올해는 10월 현재 수리.개조 수출실적만 1억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업이 정부보다 먼저 교류의 물꼬를 튼 경우이지요.
이런 점에서 무역업체의 사장으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 사회 =현재 세계 경제는 WTO체제하에 극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선진 각국의 시장개방 압력도 한국 업체들의 입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구요.
업계는 물론 정부의 노력도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데 긴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 이소장 =무역환경 변화는 국제 경기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달라지기도 합니다.
경기에 따른 환경변화는 조정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구조적으로는 WTO체제
의 출범에 따라 자유무역과 무국경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상황하에서는 어느 나라든 수출은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거래가 잘 안되던 상품들의 거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농산물같은 1차 상품이나 첨단제품, 서비스상품등의 수출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국무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커진 만큼 과거와 똑같은 식의
움직임도 교역상대국의 시장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좀더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 김심의관 =WTO체제 하에서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이에 따른
경쟁도 필수적이지요.
문제는 남이 안 가진 것을 가지는 것입니다. 과거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던 노동력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결국 경쟁업체와 차별화시킬 수 있는 첨단 기술의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전자제품에 있어서 국민성과 문화등을 관련시킨 "경박단소"형제품을
체화시켜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죠.
<> 사회 =업계의 애로사항도 많을 텐데요.
<> 정사장 =우수인력이 대기업에 몰려 있어 인력의 "부익부 빈익빈"문제가
심각한 실정입니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인력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할 인력의 집중육성이 필요합니다.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인력양성을 위한 전문학교를 세운다든지 하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 박사장 =정부는 해외직접 투자시 1억달러까지는 10%이상, 1억달러
초과시는 20%이상 본사의 자기자금 지원비율을 설정했습니다.
또 지급보증액이 총투자금액의 50%를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이 1억달러까지
는 10%이상, 1억달러초과부분은 20%의 본사 자기자금 지원비율을 설정
했습니다.
이는 국제금리보다 훨씬 비싼 국내자금의 사용을 기업들에 요구함으로써
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사회 =업계에서 보는 한국 무역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류사장 =과거 한국은 섬유분야에 있어서 20여년에 걸쳐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동남아 국가에 불과 2~3년에 걸친 짧은 기간에 한국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는 입장에서의 노하우를 고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수십년동안
힘들게 배운 기술을 2~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쉽게 넘겨주는 것은 큰 손해
입니다.
"주는 경제학"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때입니다.
<> 정사장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신흥
시장은 더욱 그렇죠.
일례로 한국 업체들은 중국에 대해 흔히 상품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저가생산기지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까 중국시장은 저가생산기지로서 보다는 거대한 내수
시장으로서의 메리트가 더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됐지요.
중국에 독자 유통망을 갖추고 내수시장을 들여다보는 한국업체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사나 사무소만 늘릴게 아니라 확실한 유통 판매망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사장 =수출산업 고도화의 정도에 따라 주력상품과 시장이 급속히
변해왔습니다.
60년대는 1차상품이 수출의 주를 이룬 반면 70년대 전반에는 공업화시책
으로 인해 경공업제품이, 70년대 후반에는 중화학공업 제품이 수출상품의
주축이 돼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전자 철강 화공 자동차 선박등 중화학제품이
전체 수출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중화학 제품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43.6%를 담당한 종합상사는 20여년간 한국 수출증대의
견인차 노릇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종합상사는 정부가 21세기 국가경영전략으로 추진중인 세계화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맡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회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는 "뒷걸음질 하는 한국"이라는 사설을 통해
한국정부의 개혁후퇴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수출증대를 위한 과제나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말씀해
주시지요.
<> 류사장 =75~80년까지만 해도 통관을 거쳐 한국을 빠져 나가는 물건은
모두 수출로 잡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제품기획 R&D(연구개발) 마케팅의 주체를 따질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비즈니스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 것이 진정한 수출이라고 생각
합니다.
과거 한국은 선진국의 주문에 의한 생산을 주로 해온게 사실입니다.
3공화국 말기 중화학 투자붐이 일어 이 부분에 집중투자한 것이 우연히 잘
맞아 떨어져 85년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이 정말로 국제 경쟁력을 갖췄느냐하는 데에는 의문이
듭니다.
막대한 자본과 시설을 투자해 물량공세를 해오지 않았나 하는 것이지요.
중화학분야가 현재는 잘 나가는 상품이지만 국제경기에 따라서는 한국의
발목을 잡는 분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는 2000년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60~70년대의 주문생산방식이나
80년대의 국민경제를 담보로 한쪽에만 막대한 투자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노부사장 =작년 한국의 1인당 수출액은 2,100달러정도였습니다. 올해는
2,800달러정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의 경우 1인당수출액이 1만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 수출의 증대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
합니다.
직책상 해외출장이 잦은 편입니다만 해외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의 독자 브랜드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가 브랜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여서 "제값"을 받으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이는 마케팅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마케팅 능력
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 정사장 =결국은 기술개발만이 한국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업체의 기술개발은 특히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자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동반자적 입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 이소장 =정부는 수출이 "질 좋은 고용창출의 방안"이라는 측면에 정책의
기본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부가가치와 외화가득률이 높은 분야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서비스 분야와 첨단기술과 관련된 제조업의 기반을 닦는 정책을 지속적
으로 펼쳐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심한 격차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정기간은
중소기업이 "특혜"라고 느낄 정도로 지원을 해야할 것입니다.
전문인력의 양성도 절실한 문제입니다. 특히 해외근무자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합니다.
<> 류사장 =정부가 시책을 낸후 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시책이 경제상황에 따라 어떻게 적용되고 왜곡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정책에 보다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10%정도 현상황을 바꿔서 궤도가 수정된다면 그 정책은 시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의 절반 이상을 뒤집어야 한다면 그 정책은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심의관 =한국도 이제는 국제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할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도 한국 기업들이 해외무대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선 기술력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술과 관련모든 분야에서 국제화된 인력을 양성해 기업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미 양성된 국내외의 전문인력을 국내 기업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리=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
지난 64년 1억달러를 돌파한 이래 31년만에 이룬 금자탑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수출 1,000억달러 달성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삼성동 무역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수출 1,000억달러
돌파를 계기로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주요 교역국으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참석자들은 또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아래서 수출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신시장개척과 유망상품 등의 개발노력과 함께 정부의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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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신원식 < 사회 / 무협 조사담당이사 >
박세용 < 현대종합상사 사장 >
정강환 < 태일정밀 사장 >
이한구 <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
유철웅 < 해태상사 사장 >
노근식 < 삼성전자 부사장 >
김홍경 < 통산부 심의관 > ]]]
<> 신원식 한국무역협회이사(사회) =한국의 수출이 1,000억달러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기업과 정부가 하나가 되어 수출 드라이브의 고삐를 바짝
죄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1,000억달러 수출달성의 의미를 짚어보도록 하지요.
<>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한국은 지난 77년 수출 100억달러, 1인당
GNP(국민총생산) 1,0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로부터 18년이 지난 올해 한국은 수출 1,000억달러와 1인당 GNP 1만달러
돌파를 동시에 달성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자원빈국이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물자수입은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외화벌이는 당연한 일이었고 수출이 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수출 덕분에 많은 고용창출도 이뤄낼 수 있었죠. 수출 1,000억달러 돌파의
의미를 찾는다면 수출이 국민의 의식을 키워 국제화 마인드를 갖추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입니다.
<> 김홍경 통상산업부 통상무역2심의관 =한국은 수출 1,000억달러 돌파를
계기로 세계교역시장에서 주요 교역국으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수출입을 합쳐 작년 세계 교역량의 2.3%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전체 수출에서 중화학분야의 상품이 71%정도를 차지해
질적으로 고도화됐죠.
또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지난 64년부터 100억달러를 돌파한 77년까지
연평균 21.5%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보여 왔습니다.
한국은 현재 유엔가입국수 보다 많은 세계 212개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한국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죠.
<> 박세용 현대종합상사사장 =지난해 수출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2.9%로
작년 경제성장률 8.4%의 34.5%를 기여했습니다.
여기에 수출의 산업연관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이 소비및 투자유발을 통해
추가적으로 기여한 효과를 고려하면 수출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4.4%입니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52.4%지요. 한국 경제성장률의 50%이상이 수출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수출전선의 일선에서 뛰는 무역업체의 사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수출 2,000억달러, 3,000억달러 고지를 향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 노근식 삼성전자부사장 =지난해 전자제품 수출은 총 310억달러규모
였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30%정도 더 늘어난 400억달러 이상의 수출이 기대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45억달러의 수출실적이 예상됩니다.
한국 전자업체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마켓셰어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반도체 메모리칩 CPT 모니터등이 해외시장에서 한국의 "간판"이 되고
있습니다.
<> 사회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기까지는 성공담이나 실패담 같은
에피소드도 많을 텐데요.
<> 정강환 태일정밀사장 =태일정밀은 애써 기술을 개발하고도 바이어를
찾지못해 사업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어렵게 바이어를 접촉해도 신기술제품은 높은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번번이 상담에 실패했지요.
이렇게 3개월정도를 허송세월하다가 결국 낮은 가격을 제시했더니 그
바이어가 금방 수입하겠다고 나서더군요.
이때부터 국제 경쟁력 가운데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번은 컴퓨터 헤드를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국업체에 외주를 맡겼는데
그 회사가 갑자기 철수하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태일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그 기업을 인수해 버렸습니다. 지금은
이 기업을 공개시키고 연간수출액 1억달러 이상의 업체로 키워냈습니다.
<> 유철웅 해태상사사장 =해태의 경우 비교적 경쟁업체가 적은 분야인
한국의 전통식품 분야를 개척해 재미를 봤습니다.
해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이같은 식품류의 수출에 눈을 돌려왔습니다.
이 결과 미주 유럽 일본등의 시장도 비교적 수월하게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들의 관심이 비교적 적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노부사장 =삼성전자는 신제품의 샘플을 가지고 해외 바이어에게 샘플
테스트를 받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멀쩡하던 샘플이 테스트 과정에서 고장을 일으킬 때는 정말 곤혹스러웠죠.
바이어로부터 샘플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또 지금은 한국산 VTR가 세계시장점유율 2위이지만 10년전만해도 수출용
샘플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결국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미국과 유럽등지의 기업을 찾아다니며 컬러
기능등을 물어가면서 샘플을 만든 적이 있었죠.
<> 박사장 =현대는 구소련과 국교가 수립되기 전인 지난 88년부터
비즈니스를 추진했습니다.
88년12월 구소련의 페스코사 선박수리를 28만달러에 수주한 이후 거래가
확대돼 89년에는 UBTRF사의 대형 공모선 개조를 2,300만달러에 따냈습니다.
올해는 10월 현재 수리.개조 수출실적만 1억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업이 정부보다 먼저 교류의 물꼬를 튼 경우이지요.
이런 점에서 무역업체의 사장으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 사회 =현재 세계 경제는 WTO체제하에 극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선진 각국의 시장개방 압력도 한국 업체들의 입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구요.
업계는 물론 정부의 노력도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데 긴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 이소장 =무역환경 변화는 국제 경기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달라지기도 합니다.
경기에 따른 환경변화는 조정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구조적으로는 WTO체제
의 출범에 따라 자유무역과 무국경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상황하에서는 어느 나라든 수출은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거래가 잘 안되던 상품들의 거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농산물같은 1차 상품이나 첨단제품, 서비스상품등의 수출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국무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커진 만큼 과거와 똑같은 식의
움직임도 교역상대국의 시장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좀더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 김심의관 =WTO체제 하에서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이에 따른
경쟁도 필수적이지요.
문제는 남이 안 가진 것을 가지는 것입니다. 과거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던 노동력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결국 경쟁업체와 차별화시킬 수 있는 첨단 기술의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전자제품에 있어서 국민성과 문화등을 관련시킨 "경박단소"형제품을
체화시켜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죠.
<> 사회 =업계의 애로사항도 많을 텐데요.
<> 정사장 =우수인력이 대기업에 몰려 있어 인력의 "부익부 빈익빈"문제가
심각한 실정입니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인력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할 인력의 집중육성이 필요합니다.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인력양성을 위한 전문학교를 세운다든지 하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 박사장 =정부는 해외직접 투자시 1억달러까지는 10%이상, 1억달러
초과시는 20%이상 본사의 자기자금 지원비율을 설정했습니다.
또 지급보증액이 총투자금액의 50%를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이 1억달러까지
는 10%이상, 1억달러초과부분은 20%의 본사 자기자금 지원비율을 설정
했습니다.
이는 국제금리보다 훨씬 비싼 국내자금의 사용을 기업들에 요구함으로써
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사회 =업계에서 보는 한국 무역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류사장 =과거 한국은 섬유분야에 있어서 20여년에 걸쳐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동남아 국가에 불과 2~3년에 걸친 짧은 기간에 한국의
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는 입장에서의 노하우를 고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수십년동안
힘들게 배운 기술을 2~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쉽게 넘겨주는 것은 큰 손해
입니다.
"주는 경제학"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때입니다.
<> 정사장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신흥
시장은 더욱 그렇죠.
일례로 한국 업체들은 중국에 대해 흔히 상품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저가생산기지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까 중국시장은 저가생산기지로서 보다는 거대한 내수
시장으로서의 메리트가 더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됐지요.
중국에 독자 유통망을 갖추고 내수시장을 들여다보는 한국업체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사나 사무소만 늘릴게 아니라 확실한 유통 판매망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사장 =수출산업 고도화의 정도에 따라 주력상품과 시장이 급속히
변해왔습니다.
60년대는 1차상품이 수출의 주를 이룬 반면 70년대 전반에는 공업화시책
으로 인해 경공업제품이, 70년대 후반에는 중화학공업 제품이 수출상품의
주축이 돼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전자 철강 화공 자동차 선박등 중화학제품이
전체 수출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중화학 제품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43.6%를 담당한 종합상사는 20여년간 한국 수출증대의
견인차 노릇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종합상사는 정부가 21세기 국가경영전략으로 추진중인 세계화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맡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회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는 "뒷걸음질 하는 한국"이라는 사설을 통해
한국정부의 개혁후퇴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수출증대를 위한 과제나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말씀해
주시지요.
<> 류사장 =75~80년까지만 해도 통관을 거쳐 한국을 빠져 나가는 물건은
모두 수출로 잡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제품기획 R&D(연구개발) 마케팅의 주체를 따질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비즈니스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 것이 진정한 수출이라고 생각
합니다.
과거 한국은 선진국의 주문에 의한 생산을 주로 해온게 사실입니다.
3공화국 말기 중화학 투자붐이 일어 이 부분에 집중투자한 것이 우연히 잘
맞아 떨어져 85년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이 정말로 국제 경쟁력을 갖췄느냐하는 데에는 의문이
듭니다.
막대한 자본과 시설을 투자해 물량공세를 해오지 않았나 하는 것이지요.
중화학분야가 현재는 잘 나가는 상품이지만 국제경기에 따라서는 한국의
발목을 잡는 분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는 2000년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60~70년대의 주문생산방식이나
80년대의 국민경제를 담보로 한쪽에만 막대한 투자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노부사장 =작년 한국의 1인당 수출액은 2,100달러정도였습니다. 올해는
2,800달러정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의 경우 1인당수출액이 1만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 수출의 증대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
합니다.
직책상 해외출장이 잦은 편입니다만 해외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의 독자 브랜드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가 브랜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여서 "제값"을 받으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이는 마케팅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마케팅 능력
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 정사장 =결국은 기술개발만이 한국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업체의 기술개발은 특히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자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동반자적 입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 이소장 =정부는 수출이 "질 좋은 고용창출의 방안"이라는 측면에 정책의
기본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부가가치와 외화가득률이 높은 분야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서비스 분야와 첨단기술과 관련된 제조업의 기반을 닦는 정책을 지속적
으로 펼쳐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심한 격차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정기간은
중소기업이 "특혜"라고 느낄 정도로 지원을 해야할 것입니다.
전문인력의 양성도 절실한 문제입니다. 특히 해외근무자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합니다.
<> 류사장 =정부가 시책을 낸후 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시책이 경제상황에 따라 어떻게 적용되고 왜곡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정책에 보다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10%정도 현상황을 바꿔서 궤도가 수정된다면 그 정책은 시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의 절반 이상을 뒤집어야 한다면 그 정책은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심의관 =한국도 이제는 국제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할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도 한국 기업들이 해외무대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선 기술력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술과 관련모든 분야에서 국제화된 인력을 양성해 기업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미 양성된 국내외의 전문인력을 국내 기업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리=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