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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1,000억달러 시대] (기고) 신세길 <삼성물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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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일선에 몸담은 30년을 뒤돌아 볼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69년 6월에 있었던 "수출 비상작전 30일"이다.

    당시 나는 스웨터 수출과장이었는데 납기를 지키기 위해선 3개월 선적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을 단 한달만에 실어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책임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자재조달에서부터 공장을 돌리는 일에까지 모두 비상이 걸렸다.

    물론 일요일은 없었고 새벽퇴근이 예사였다.

    아예 집에 가지 않고 공장에서 며칠씩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밤마다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커피를 타주며 독려했다.

    여성근로자들중에선 과로한 나머지 쓰러지는 사람도 속출했다.

    생각해보면 일에 미쳐 돌아가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아마 지금이라면 부당노동행위로 잡혀 들어갔을거다.

    그때 유행했던 말이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없었던 당시 상황을 빗댄 우스갯소리지만 그때는
    고달픈 줄도 몰랐다.

    새벽에 공장문을 나서다보니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결국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해내고 나서 우리는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한마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삼성물산은 75년 종합상사 원년에 수출실적2억달러를 달성하고 76년에는
    3억달러를, 77년에는 5억달러를 달성해 수출업계 정상 3연패를 이루었다.

    "2억달러 한마음" "3억달러 새다짐" "5억달러 3연패"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당시의 수출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수출, 나아가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힘든 줄
    모르고 일했던 시절이었다.

    64년의 삼성물산 수출실적은 275만달러.

    총수출의 2.3%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이제는 철강 섬유 화학등 거의 모든 품목을 수출해 국내 수출의
    11%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단일기업으론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75년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된 이래
    실로 20여년만의 일이다.

    70년대 중반 나는 구주지역본부장이 돼 해외주재 생활을 시작했다.

    수출드라이브시대의 최첨병으로 나선 셈이다.

    미지의 상태에서 출발한 만큼 국내에서보다 10배 이상의 지혜와 노력을
    짜내야만 했다.

    경험이 없다보니 바이어와의 약속에서 실수하는 경우도 많았고 해당 지역
    생활습관을 몰라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적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하루도 빠짐없이 고객과 약속을 만들자, 그리고
    접촉하자"였다.

    새로운 바이어를 만드는데도 이 방법이 최고였다.

    결국 무역거래나 장사도 사람과의 사업이고 신뢰를 쌓다보면 사업은 잘
    풀려나가기 마련이다.

    이를 실천하다보니 낯선 외국생활에도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앞만 보고 뛰다보니 약관의 20대 청년이던 내가 벌써 50대의
    쉰세대가 됐다.

    재건의 열기속에 격동했던 20대, 온 나라가 수출에 매진했던 70년대,
    정치적 대변혁기였던 80년대를 모두 보내고 이제 신세대가 주역이 될
    21세기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렇지만 지금도 커다란 트렁크 두개에 조악한 섬유샘플을 가득 담아
    가지고 맨해튼 패션가를 헤매던 촌티나지만 겁없던 20대 시절의 내가 가장
    그립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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