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로 금융권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이나 단자회사들이 속속 걸려들고 여타 금융기관들도 행여 구설에
오를까 몸을 낮추고 있다.

사채시장은 며칠째 철시상태다.

그러나 놀랍게도 증권시장은 독야청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강세로 돌아섰고 채권시장도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온갖 정치자금 관련설이 나돌았고 주가조작 사건들이 넘쳐났던
곳이 증권시장이다.

그런데 정작 사건이 터지고 보니 깨끗한 곳은 증시밖에 없다는 식이다.

물론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비작금의 일부가 채권에 투자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고 투자신탁의 수익
증권에 은닉해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은 아니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거액이 정치자금이 몸을 숨기기에는 너무 개방되어
있다"고 증시를 설명한다.

주식을 사모으는 자금이 50억원정도만 되어도 반드시 정보망에 걸린다는
얘기이고 보면 증시만큼 자금흐름이 투명한 곳도 없다는 말이 된다.

1백억원이상 거액자금이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다면 주가흐름과 가격동향
자체만으로도 자금이동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관계자들은 증시는 위험한 시장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추구하는
비자금이 발을 붙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한건의 특혜로 수십억원을 벌어들일수 있는 사람이 위험성 자산인 주식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주식시장은 ''살아있는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은 어디서건 광장에 개설되는 것이어서 밀실적 속성을 갖는 비자금이
암약하기는 쉽지않다.

더구나 증권시장은 자금과 정보양면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상호견제와
균형체제가 구축되어 있는 곳이다.

말하자면 시장은 그만큼 자정능력이 있는 곳이고 증권시장은 시장중의 시장
이라는 말이다.

거액의 비자금때문에 주식 투자자가 우는 일이 없이 주식 시장만큼은
앞으로도 독야청청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