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이 경제에 주름살을 안기고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폭로전과 수사당국의 계좌추적 확대, 세무조사
우려 등으로경제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금시장이 경색조짐을 보이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구득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연루기업으로 거명되고 있는 일부기업들은 자금융통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일부 대기업들은 마구잡이식 폭로에 해명서를내느라 분주한가 하면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중요한 투자결정을 뒤로 미루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이번 사건의 파장이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계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안과 관련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이미지
실추와 세무조사를 우려해 불안해 하고 있다.

실제로 증시에는 25일 대구지역에 근거를 둔 건설업체와 6공화국 때
급성장한 모그룹이 세무조사대상으로 결정됐다며 명단이 나돌았으며
한보그룹은 관련사실을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모그룹의 한 임원은 "사건의 전모가 파악되더라도 정치권의 연루자들에
대해선 정치적 흥정으로 끝내겠지만 기업들은 후유증을 치를수 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때 까지는 사실상 중요한 투자결정을 할수
없는 형편이며 해외에서도 한국상품 전체는 물론 관련된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돼 애로를 격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사채시장이 경색돼 사채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벌써 자금을
얻기가 어려워졌으며 이번 비자금계좌에 명의를 빌려준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과 투자금융사등 11개 금융기관으로 계좌추적이 확대되면서 금융권
에도 몸사리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출심사등을 까다롭게 하는등 자금운용에 신중을 기하는가 하면
문책인사등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따를 것으로 예상돼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재정경제원등 경제부처도 사건에 매달려 경제정책
공백상태가 나타나고도 있다.

이에따라 경제계에선 가뜩이나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싯점에서
경제에 충격을 줄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과거의비정에 대한 단죄가 경제를 멍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정만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