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꿈, 느끼는 자동차".

생활속의 자동차를 주제로한 제31회 도쿄모터쇼가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전시장에서 열렸다.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다음달 8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현대
기아 등 세계 14개국에서 3백51개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참여해 최첨단 자동
차들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신차 발표장으로 손꼽히는 도쿄모터쇼에서 나타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조류는 어떠하며 우리업체의 움직임은 무엇인가.

현장취재를 통해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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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성구기자]

"일본의 미쓰비시는 더이상 우리의 스승이 아니다"(전성원현대자동차사장)

25일 도쿄모터쇼장의 현대자동차 부스.

서홀에 51.5평 규모로 마련된 현대자동차 부스에선 우선 컨셉트카
HCD-III 눈에 들어온다.

액센트 아반떼 아반떼투어링등 4대의 출품차종도 손님을 맞고 있다.

이들 4개차종은 물론 일본에 처음 소개되는 차량이다.

그러나 처음 소개됐다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과거 도쿄모터쇼에 출품된 현대차가 기술제휴사인 "미쓰비시의 카피물"이
었던데 반해 이번 출품차는 "탈미쓰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쓰도 과거엔 미쓰비시 한쪽을 사용할 정도로 "미쓰비시의 아류"라는
평을 받았다.

탈미쓰비시는 바로 "기술독립"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달라진만큼 현지 언론의 취재경쟁도 뜨겁다.

특히 차체가 10cm 나 상하로 움직이는 HCD-III 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차세대 다목적차량(MPV)인 점도 그렇지만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운전하는
즐거움"(Fun to Drive)을 크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도 미쓰비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게 현지언론의 평이다.

자체평가도 마찬가지다.

"도쿄모터쇼에 선보인 컨셉트카중에서 HCD-II 보다 디자인이 앞선 차는
없다"(박종서현대디자인연구소장)

독자모델을 내보내기는 기아도 마찬가지이다.

스포츠카인 KMS-II와 스포티지왜건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먼저 선을 보였다.

아벨라 델타와 크레도스도 기아가 독자 개발한 모델이다.

KMS-II 와 크레도스는 기아가 최근 개발한 T8D엔진을 장착했다.

관람객들은 보닛을 열어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선홍기아그룹회장은 "4년전 첫출품때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한국속담을 인용한 적이 있다"며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국내업체들에게 이번 도쿄모터쇼는 대일시장진출의 전초전쯤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의 경우 빠르면 3년내에 일본시장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승준기아자동차사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전방위마케팅"을 선언하며 일본
시장도 주요 공략목표임을 암시했다.

사실 일본시장은 수입차 판매량이 연간 20만대에 불과한 폐쇄시장이긴
하나 국내업체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충분하다.

일본은 1인당 GNP가 3만달러를 넘어선 경제대국으로 한해 6백50만대가
판매되는 커다란 시장이다.

일본 시장의 주력차종이 중소형이어서 이부문에 경쟁력을 갖춘 한국
업체가 충분히 뚫고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품질 조사업체인 미 JD파워사 파워회장은 "한국업체들도
일본 수준을 쫏아왔다.

이제는 성능이나 품질로 평가할 시대는 지났다.

문제는 마케팅싸움이다"는 말로 한국업체의 대일 시장공략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의 자동차업체 사장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닫혀 있던 일본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언했다.

미국 GM사 존 사장은 오펠과 새턴의 판매확대를 위해 현지딜러인
야나세사의 점포가 미흡한 곳에는 직접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도 96년부터 들여올 차종 4개를 공개했다.

그랜드체로키 랭글러 보이저등 지프형자동차와 승용차 네온이 모두
일본에서 사용되는 우측핸들을 달았다.

향후 2년내 판매될 차종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도쿄모터쇼.

오랜 준비끝에 참가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독자기술을 발판으로
마지막 거대시장인 일본시장에서 세계 업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