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시중은행과 2개 투금사등 11개 금융기관에 대한 사상 최대규모의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대검중수부(안강민검사장)는 24일 노태우전대통령비자금 4백85억원의
입출금내역을 밝혀내기 위해 이들 11개 금융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계좌
추적에나섰다고 밝혔다.

검찰의 대대적인 금융기관 압수수색은 지난 21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포괄압수수색영장에 따른 것이다.

압수수색이 시작된 시중은행은 상업 조흥 신한 제일 한일 외환 동화은행
명동지점과 국민은행 종로5가지점,서울은행 본점영업부이며 투금사는 제일,
동아투금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노태우전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금융거래자료와
수표내역이 기록된 마이크로필름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1,2금융권에 걸친 사상초유의 압수수색이 실시됨에 따라 금융기관은 초비
상이 걸렸다.

또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압수수색내용이 분석되면 노전대통령의 정치자금
규모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4백85억원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차명계좌로 예치된 4백85억원중
1백억원이 당시 지점장 이우근씨(현이사대우 융자지원부장)가 수표바꿔치기
등의 수법으로 돈세탁을 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씨를 재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또 나응찬신한은행장(57)등 은행관계자들도 곧 재소환,은행차원에서
돈세탁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캐기로 했다.

안중수부장은 "지금까지 계좌추적에서 1백억원이 타은행수표로 바뀌어져
입금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은행측이 정치자금임을 알고 고의로 수표바꿔
치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에 맞춰 이미 검찰조사를 받은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
과 이날 오전 검찰에 출두한 이태진전경호실경리과장 등 2명에 대해 사문서
위조 혐의로 출국금지조치했다.

검찰은 이전경리과장을 상대로 신한은행에 차명계좌를 개설하게 된 경위와
이전경호실장외에 비자금의 관리 및 운영에 관여한 다른 청와대고위인사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전과장은 조사에서 "나는 계좌개설과 입출금에만 관여했을뿐 어디에 돈
이 사용됐는지와 다른 은행에 여러 계좌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전씨는 이날 출두하면서 보도진에 "나는 단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이
전실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입금시키고 지시에 따라 출금시킨 것이 전부다"
고 말했다.

이전과장은 "4백85억원중 이미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1백20억8천만원을
내가 인출한 사실은없다"고 밝혀 자금인출이 이씨외에 또다른 청와대인사에
의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단계에서 신한은행 차명계좌의 4백85억원이외에
다른 6공비자금계좌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워낙 돈세탁이 치밀해 돈흐름
을 파악하는 데만 최소 2주에서 1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
수사장기화를 시사했다.

검찰은 이에따라 이전실장-이전과장외의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전실장과 이전과장에 대한 조사에서 자금조성과정이 드러나지
않음에 따라 직접 자금을 조성한 노전대통령을 조사키로 하고 조사시기
및 방법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 윤성민.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