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신사동 무림그룹 본사에선 월례조회가 열렸다.

이날의 조회는 여느달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집합모습부터 바뀌었다.

줄을 맞춰 부동자세로 정렬하는 대신 삼삼오오 자유롭게 앉았다.

대표이사의 훈시도 사라졌다.

대신 직원들에 대한 표창이 있었다.

상을 받은 사람은 영업부의 장미라양과 영업관리부의 육태헌과장등 10명.

이들은 영업실적이 뛰어나거나 회사발전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들이 아니다.

지난달 경기도 광탄에서 있은 1박2일동안의 워크샵에서 장양은 맘보춤을
잘 췄다는 이유로, 육과장은 "이브의 경고"를 열창했다는 이유로 각각 상을
받았다.

부상으론 구내식당 식권 20장이나 도서상품권 10장이 전달됐다.

몇몇 직원은 즉석복권을 받았다.

이어 광고시간엔 노총각이던 자금부 노희동과장이 오는 12월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동료직원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달부터 시작된 색다른 형태의 월례조회는 지난달 취임한
이원수대표이사가 창안해낸 것이다.

그는 월례조회라는 딱딱한 명칭을 아예 "한마당모임"으로 바꿨다.

형식적이고 딱딱한 조회는 직원들에게 부담만 줄뿐 회사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 조회를 열린 마당으로 바꾸기로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무림그룹 38년 역사상 첫 전문경영인이기도 한 그는 한마당모임을
시작으로 재미있는 작은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 직장을 즐겁고 편안한 곳으로
바꿔나갈 구상이다.

이대표는 한마당모임시간중 딱 한마디를 했다.

"다음달엔 더욱 재미있는 상을 마련하겠습니다" 한마당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직원들의 얼굴엔 월요일아침의 무거운 표정이 사라지고 웃음꽃과
함께 내달 모임에 대한 기대까지 배어나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