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24일오후 전경련회관에서 프레드릭 미쉬킨 미컬럼비아대 석좌교수
겸 뉴욕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총재와 미나구치 고이치 일본 노무라
종합연구소 이사장을 초청, ''한국금융의 세계화과제''를 주제로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금융의 세계화를 위해선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강화와 금융전반의 규제철폐/완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세미나에서는 또 김기환 무공이사장, 변도은 한국경제신문주필, 임동승
삼성증권사장, 김병주 서강대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 한국금융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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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구치 고이치 <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사장 >

[[[ 일본금융 개혁과제 ]]]

지금까지 일본경제는 수차례의 불황을 유연한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경기후퇴는 금융제도의 불안이 수반됐다는 점에서 그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 온 일본형 경제시스템이 거품경제붕괴후
의 불황하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경기회복의 발목을 붙잡음으로써 일본
경제는 나아갈 방향을 상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92년8월부터 올해까지 약52조엔에 이르는 경기진작대책을
실시했다.

그런데도 충분한 회복이 기대되지 않는 것은 바로 금융기관이 거대한 부실
채권을 떠안은 금융불안이 겹쳤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전체의 부실채권 규모는 약40조엔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일본
금융기관의 경영에 큰 압박을 주는 것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파급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원인은 바로 일본형 경제시스템의 후진성에 있다.

일본형 경제시스템은 계열거래, 종신고용, 광범위한 정부규제로 상징되는
경제제도를 특징으로 한다.

이 경제시스템은 다음 3가지 조건이 존재함으로써 정당화됐다.

첫째 냉전구도하에서 일본은 전후부흥과 경제성장에 전념해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된 점, 둘째 일본기업들이 사업확대를 위해 선진기술을 도입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시킬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환경에 있었다는
점, 셋째 그런 환경에서는 과당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참입.퇴출규제나
설비투자규제가 정당화된 점이다.

그러나 그런 전제들은 거의 없어진 상태이다.

냉전 종식과 더불어 임금은 세계 최고수준에 이른다.

선진국과의 기술적 격차가 해소됨으로써 경제규제나 행정지도의 유효성은
소실됐다.

이같은 구조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래의 경제시스템이
온존하는데에 각종 병폐발생의 원인이 있다.

경제규제는 산업에 대한 신규참여와 기업의 혁신적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상호의존관계가 고조되면서 통상마찰을 야기시키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경제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규제철폐와 완화를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을 지금 곧 실시하는 길 외에 유효한 해결책은 더이상 없다.

구체적으로는 <>규제완화및 철폐실행 <>정보통신설비 정비 <>신규산업육성
<>금융제도의 안정화및 금융.자본시장개혁 <>국제적인 시각에 입각한 제반
개혁의 실시등을 들수있다.

규제철폐의 기본방침은 세가지가 제시돼야 한다.

첫째 규제는 일정기간후 철폐한다(sunset rule).

둘째 일거에 철폐할 수 없는 규제는 경과시각표를 제시, 단계적으로 철폐해
나간다(timetable rule).

셋째 철폐와 완화가 불가능한 규제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 공개해야
한다(disclosure rule).

그러나 규제완화와 철폐를 추진하는 동안 "총론 찬성, 각론 반대"라는
규제집행자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고 규제완화가 추진력을 가지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는 규제철폐와 완화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명시해야
한다.

또 침체된 경기를 회복궤도에 올리고 국제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화를 조속히 실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적자금의 도입 <>금융재편성 <>불량채권상환의 가속화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공적자금의 도입방법으로는 불량채권 상환에 의해 자기자본이 부족하게된
은행이 발행하는 우선주를 재정자금으로 구입하는 것과 채무초과 은행처리에
대한 예금보험기구의 자금지원등이 있다.

불량채권문제의 재발을 막기위해 은행경영과 감독시스템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신규산업창출을 통해 일본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금융제도의
안정화 뿐만아니라 발본적인 금융.자본시장의 개혁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투자가의 기능강화 <>혁신촉진 <>증권거래의 효율화
<>증권업무의 자유화및 효율화 <>배당2중과세 조정등이 요구된다.

이같은 개혁은 국제적으로볼때 매력적인 신상품과 신규시장의 창설, 단기
금융시장 정비, 증권회사의 딜링기능 강화, 유가증권거래세의 철폐등으로
이뤄질수 있다.

신규산업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리스크 캐피털의 공급을 촉진하고 세제상의
우대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와함께 일본적 거래관행을 재조명함으로써 국제규범에 맞추고 정보유통
비용도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도 고금리 문제의 원천에는 과도한 규제문제가 관련되어 있다.

금융과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는 금융산업의 체질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실물부문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

최근 일본금융불안 현상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과도한 규제는 경쟁력있는 제조산업의 해외유출을 가져와 산업공동화 현상
을 심화시키며 금융부문의 비능률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