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가 걷잡을수 없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제가 제기된 배경에 의혹을 표시하는 한편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있어 관심을 끌고있다.

이같은 정계개편설은 비자금파문과 관련한 몇가지 의혹과 맞물려
여권핵심부가 내년총선등 향후 정치권판도를 염두에 두고 이번파문의
수위와 강약을 조절하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정계개편설을 뒷받침하고 있는 첫번째 의문점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있는 비자금문제에 대해 여권 고위당국자들이 예외없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등 의외의 강수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에서는 "철저한 수사외에 타개책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있지만
스스로도 상처를 입을수 있는 비자금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에는 그럴만한 다른 이유가 있지않느냐는 관측이 끈질지게 나돌고있다.

이와관련, 일부에서는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이 이우근 전신한은행
서소문지점장이 검찰에 출두하기전 이틀동안 잠적했던것을 또다른 의문
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여권핵심부가 검찰출두에 앞서 이전경호실장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자민련측도 "비자금폭로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있다.

현권력층이 오래전에 알고있었던 6공비자금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기성정치인을 겨냥하면서 종국에는 정계개편을 노린 고도로 계산된 수라는
것.

관측통들은 "이번파동이 권력핵심간의 파워게임인지 이들의 이합집산에
따른 새로운 줄서기의 단초를 여는것인지 알수없지만 내년총선과 97년
대선에 대비, 선거자금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책략일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두사람이 고교동창이라지만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있는데
그렇다면 왜 하필 많은 야당중 민자당과 심정적으로 가깝다는 평을 듣는
민주당의 개혁모임소속인 박의원에 제보했느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각은 결국 여권핵심부가 이번 파문을 고리로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에 나섬으로써 기성정치인에 타격을 입히고 참신한 인물로
정치권을 재편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추기는 부분이다.

정계개편설은 여권핵심부가 그동안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강조해온점을
감안하면 일면 일맥상통하는 점도 있어 향후 정국흐름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고있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