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멀티미디어 연구소 P대리는 특기가 전자오락이다.

그는 동네어귀의 전자오락실 단골손님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어김없이 오락실에 들른다.

방에 들어와서도 전자오락은 끝나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연신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전자오락을 하는 이유는 재미를 찾겠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게임용 소프트웨어는 창작물이다.

사용자들이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지 않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소설등 일반 창작물과는 다르다.

우선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게임기의 주사용층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심리를 꿰뚫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시중에 나온 동화책들이 P대리의 사무실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전자기술이 동원돼야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안된다.

전자분야 특히 멀티미디어분야는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기술들을 모두 습득하지 않으면 "신제품"이 아닌 "구제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동료들과 해외에서 발간된 전자전문잡지를 놓고 매주 세미나
를 갖는다.

아이디어도 얻고 전자기술도 습득하자는 뜻이다.

P대리는 비교적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을 일정한 틀에 묶어 놓으면 제대로된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회사측의 배려다.

그렇다고 자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생각대로 물건이
만들어지지 않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은 창작능력과 엔지니어로서의 지식 상업적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첨단 기술로 구현해 많이 팔리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팔방미인"은 아니어도 최소 "삼방미인"은 돼야한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