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는 최대 승부처는 제품 생산부문이다.

관련업체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PC는 더이상 하이테크 산업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

PC는 이제는 패션산업이나 패스트푸드산업과 비슷하다.

기술력보다는 시장수요에 맞춰 제품을 제때 생산해내는 타이밍과 원가절감
이 그만큼 중요하다.

일반인도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며 짜 맞출수 있는 PC상자 만들기에 있어서
는 어느 업체가 얼마나 빨리 저가의 제품을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
한다.

PC생산은 육상에서 1백m달리기와 비슷하다.

이같은 "PC달리기 경쟁"에서 세계적인 스프린터는 단연 컴팩이다.

컴팩은 주문후 생산(Build To Order)방식을 취한다.

주문을 받은후 생산에 돌입하고 수천개의 부품공급업체들로부터는 필요한
시점에 관련부품을 공급(Just In Time)받아 재고의 부담을 없앴다.

대리점등에서 제품주문후 이를 생산해 고객에게 판매하기까지 컴팩은
단 5일만 필요로 한다.

패커드벨 델컴퓨터등도 2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에이서등 대만업체는 1주일이 데드라인이다.

주요 PC업체들이 생산부문에서 새롭게 도입하고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셀단위 조립.

AST 컴팩등이 공장안을 휘감고 도는 컨베이어 벨트를 걷어치우고 이같은
셀단위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셀단위 생산방식은 3명 1조로 PC의 조립에서 시험까지 전과정을 책임진다.

이 방식은 직원들의 PC생산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수 있도록 한다.

또 다양한 모델의 제품을 손쉽게 만들어낼수 있으며 시장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라인을 변경할수 있다.

컴팩은 셀단위 라인을 도입함으로써 생산성을 25% 향상시킬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단위면적당 PC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생산면적은 50% 늘리고 부품창고면적은 반으로 줄일수 있다는 설명이다.

컴팩은 올해 휴스턴 스코틀랜드 싱가포르 공장의 95%를 셀단위로 바꿨다.

또 연말까지는 1백% 셀단위로 바꿀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5백만대를 생산했던 3개 공장에서 부지의 확대없이
96년부터는 1천만대의 PC를 생산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공장들은 물론 3백65일 24시간 가동된다.

AST는 셀단위 생산방식을 통해 원가를 50%까지 절감할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부문에서 ISO9002 인증을 받은 에이서는 오는 11월부터 국내에서
운영할 조립공장에 이같은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업체중 앞서 이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

올해안에 셀구조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연산 70만대의 PC를 생산하고 셀
방식 도입으로 남는 공간을 노트북PC라인 확장에 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올해안에 1인당 연간 2천대의 PC를 생산할수 있는 수준
까지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또 부품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상품기획단계에서부터 부품과의 상호연계및
생산개발이 이뤄지도록 하고 부품의 안정적인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
시키기로 했다.

국내 PC업체들이 비교적 PC부품 자급률이 높은 것은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도 PC부품 자급률에 있어서는 외국업체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삼성전자 LG전자등은 메모리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CD롬 드라이브등을
자체 생산해 80~90% 정도의 부품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미국의 물량공세와 대만의 발빠른 행보를 뚫고 국내 PC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높은 부품자급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생산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